여러분은 중고 거래 좋아하시나요?
요즘에는 관련 플랫폼들이 잘 되어 있어 많이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근하러 간다’는 말을 일상에서 어색하지 않게 쓸 정도니까요.

저는 중고 거래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부쩍 흥미롭게 구경하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회사 슬랙 속 @x-pre-owned 채널인데요.
피플러들에겐 일명 ‘피플마켓’으로 통하는 곳이죠.

며칠 살펴보니 다들 스케일이 심상치 않더군요.

과자부터 핸드크림, 영화표, 장난감, 가구, 심지어는 고급 호텔 숙박권까지…
이런 귀한 걸 거저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여기서 거래된 품목은 무려 약 300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까지 합치면 더 많고요.

수시로 채널을 정독하던 에디터는 생각했습니다.

‘이 채널…나만 알기는 좀 아까운데?’

그래서 (자랑하려고) 준비했어요.

피플러들의 이색 놀이터, 피플마켓!
과연 어떤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봤습니다.

#365일_블랙프라이데이

피플마켓의 제일 큰 특징은, 일단 정말 저렴하다는 것!

고급 영양제 반값보다 싸게 내놓으신 분은?
🤗 Data Platform Team 병현님

Q. 새 상품 치고 초특가 그 잡채에요. 이런 (지나치게) 착한 가격…조금은 수상한데요.
틀림없이 하자없는 물건입니다! 많이 저렴하게 내놓기는 했죠. 피플마켓을 이용할 땐 저도 모르게 가격을 내리게 되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이유를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송에 대한 부담이 적어 부가적인 비용을 제하게 됨
‘급처’ 매물을 많이 올림
얼굴을 마주하는 동료들과 거래하는 만큼, 가격을 최대한 낮추게 됨

Q. 이유를 들어보니 좀 납득이 되네요. 원래 중고 거래 많이 하시나요?
꽤 자주 한 편이죠? 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나라… 산 적은 많이 없는데, 판 적은 꽤 있어요. 회사 다닌 이후부터는 시간이 없어서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피플마켓에서 많이 처리하기도 하고요.

Q. 영양제는 원래 잘 챙겨드시나요?
잘 챙겨먹는 편인 것 같아요. 오메가 3, 멀티비타민, 유산균, 비타민 B 정도 먹습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기력 챙기려고 틈틈이 먹고 있네요.

Q. 효과는 좀 있나요?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야 플라시보 효과도 있을테니까요.

Lending Business Team 채곤님의 생기를 책임지고 있는 고-급 비타민.

#어?_예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일찍 확인하는 피플러가 희귀템을 얻습니다.

빈티지 모래시계 득템하신 분은?
🤗 AI R&D Team 승정님

Q. 어떤 계기로 모래 시계를 구매하셨나요?
채널에 올라온 직후부터 관심이 갔는데요. 가격 협상에 성공해 데려왔습니다. ‘모래시계가 돌 때만큼은 하는 일에 무조건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구매하게 됐죠. 실제로 이 모래시계가 돌 땐 노래도 안 듣고 작업에 임합니다. 요즘엔 사용 빈도가 좀 뜸해졌지만…요.

Q. 써보니 효과가 있나요? 만족도 몇 점 주시나요.
어우 그럼요. 도움될 때 많았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점 드리겠습니다. 디자인이 예쁘고, 실용성도 높아서요. 돌릴 때 살짝 뻑뻑한 게 아쉬워 조금 깎았습니다.

Q. 원래 특이한 물건 모으는 걸 좋아하세요?
미니멀리스트 지향합니다.

Q. 네? 그렇다면…디지털VS아날로그
디지털.

업무에 (심)취하고 싶을 땐, 모래 시계가 답입니다.

#취향도_나눠요

비슷한 취향의 동료를 만날 기회가 되기도 해요.

회사에서 취향 메이트 상봉하신 분은?
🤗 Design Team 수연님

Q. 수연님, 향수나 핸드크림 거래에서 종종 보이시더라고요.
맞아요. 향수류를 원래 좋아하는데, 특히 이솝(AESOP)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요. 오랫동안 꾸준히 쓰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솝 제품이 올라올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했습니다.

Q. 원래는 중고거래 잘 안 하시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그것도 맞아요. 원체 물건이 많지 않기도 하고, 거래로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물건이 생기면 주로 피플마켓에서 거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 분들과 거래하면 더 재미도 있고요.

Q. 특히 기억에 남는 거래 경험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흠…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구매한 ‘알린’ 캐릭터 팝콘통을 무료나눔한 적이 있어요. 매니아층만 알고 좋아하는 캐릭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올렸는데, 바로 좋아하시는 분이 나타나서 아주 뿌듯했어요. 비슷한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적 친밀감도 올라갔답니다. 이런 게 피플마켓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알린아, Client Team 희선님 말씀 잘 듣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이렇게 올려도_거래완

가볍게 올린 물건도 거래로 이어져요. 몸도 마음도 가까운 피플러니까요.

미지의 티셔츠 발굴 성공하신 분은?
🤗 Client Team 민원님

Q. 지원님으로부터 옷을 거래하셨어요. 잘 어울리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참고로 지금도 입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여느 때처럼 채널을 구경하던 중 거래글을 운 좋게 빨리 발견해서 잽싸게 선점했습니다. 글에 사진이 없긴 했지만… 마침 지원님 자리가 제 자리에서 도보로 10초 좀 안 걸리거든요. 바로 찾아뵈어 시착 후 가져왔습니다.

Q. 카라티와 나이키 티셔츠 중에서 카라티를 고르셨어요.
맞아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난제였는데요. 흰색 티셔츠는 이미 많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제가 갈색 상의는 아예 없더라고요. 제가 평소 입던 스타일도 아니고요. 안정보단 모험을 택해봤습니다. 마치 제 인생처럼요…

Q. 평소 추구하는 스타일은?
댄디룩을 선호합니다. 요즘엔 더워서 가볍게 입지만, 원래는 셔츠에 슬랙스 자주 입어요. 이 카라티도 얼핏 보면 댄디해보이겠죠?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댄디와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요즘 라코스테 브랜드 제품들이 제가 원하는 댄디에 가깝더군요.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상태입니다.

Q. 새로운 스타일을 선사해주신 지원님께 한 마디 해주시죠.
좋은 물품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님. 답례로 드린 궁 육포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문의는 DM으로 부탁드려요

#갓생_가보자고

단순한 물건을 넘어 습관, 나아가 목표까지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함께 나눌수록 성취의 기쁨도 배가 될 거에요.

주변에 선한 영향력 전파하신 분은?
🤗 익명의 피플러 A님

Q. 금연초가 도대체 뭔가요?
담배와 유사한 외양을 가진 금연 보조제입니다. 내돈내산이고, 1보루에 4만원 좀 넘었던 것 같네요. 담배랑 거의 가격은 비슷합니다…그래서 차라리 보건소에 가서 상담 받고 금연 용품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긴 해요. 그렇지만 일단 전 덕분에 목표보다 빨리 금연에 성공할 것 같아 무료 나눔을 마음먹었어요. 금연 하시는 분들 꽤 되시니까 보탬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

Q.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막연한 표현이지만…저는 ‘산불맛’으로 표현해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쑥뜸맛’이라고 하더군요. 피운 뒤 30분 정도 경과하면 찜질방 냄새가 납니다. 감이 오시나요? 지금까지 다섯 분 정도 오셔서 받아가셨는데 다들 반응이 영 별로였어요. 좋은 마음으로 나눈 건데 욕만 먹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라는 생각도 스치긴 했지만…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심으로요.

Q. 금연은 성공하셨는지요.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 달 정도 안 피웠으니 아직은 성공이죠? 집에 더 있어서 원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또 나눠드리려고요. 금연하시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피플러가 말아주는 금연초라면… 오히려 좋을지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피플러들.
예상보다 뜨거운 열기에 에디터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증이 피어올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흥할 수 있는 걸까?’

대개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따라오는 법이잖아요.
고객들이 끊임없이 채널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죠.

채널의 창시자는 예상했을까요? 병규님을 찾아뵈었습니다.

AI R&D Team Leader 병규님

가벼운 생각으로 채널을 개설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사내에 많이 계신 듯 해요.
집에서 잠자고 있는 좋은 제품들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요.

신규 피플러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채널을 활용하시는 동현님께도 여쭤봤어요.

Enterprise Solutions Team
동현님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잖아요!
입사 3개월 차인데, 거래한 물건만 벌써 3개에요. (웃음)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거래했던 분들과 가볍게 인사도 나누게 되더라고요.

단골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헤비 유저 자올님께 질문을 던졌죠.

Client Team 자올님

무엇보다 ‘신뢰’가 주는 힘이 크다고 봐요.
제가 팔 때도 얹어서 더 할인해주게 되고…
앞으로 더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지금도 자주 올라오긴 하지만…그래도 더!

모두 피플러들의 거래품!

종합해보면 간편히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함,
거래를 통해 오가는 소소한 재미가 시장 활성화에 한 몫 한 듯 보였어요.
물론, 피플러 간 쌓아온 강한 신뢰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요.

고물가의 시대… 혹자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힘든 시기, 믿음직한 동료와 온정을 나눈다면…
조금은 더 웃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피플러의 잔고도, 행복 지수도 성층권을 뚫는 날까지 피플마켓은 계속됩니다.

오늘은 영화 ‘기생충’ 속 한 장면과 함께 글을 마쳐볼게요.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이게 최고인 것 같아.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

edited by Jungmin
photographed by Hyunki


믿음의 벨트로 끈끈한 동료를 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