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계속)

중금리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는 ‘데이터’와 ‘신용평가 능력’입니다. 중금리 신용대출의 리스크가 중신용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기존 금융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진화하는 데이터와 신용평가

중신용자를 평가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중간 이하 신용등급자 혹은 신용점수가 아예 없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3에 달합니다. 그들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선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신용과 관련 있는 대체 데이터 발굴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유근, 이종석 (2019)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 방안, 한국금융연구원

신용평점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FICO 외에 VantageScore와 RiskScore 등 새로운 모형이 등장하고, 복수의 신용점수를 사용하는 금융사가 많아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각 모형은 활용 데이터와 평가방식이 다르지만, 신용과 연관성이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찾고 활용하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예를 들어, VantageScore 4.0는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24개월 추세 데이터를, FICO는 이동 통신과 전기/수도요금 연체정보 등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며 모형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대출 시장 채워가는 핀테크

실제 대출 취급현황도 많이 변했습니다. 2019년 미국 전체 개인신용대출에서 핀테크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무려 49.4%로, 4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 금융의 취급액 수준은 비슷하고 핀테크 기업의 취급액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보면,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이 대응하지 못했던 대출 니즈를 채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핀테크 기업의 차입자 구성을 보면 중신용자Near Prime의 비중이 33.6%로, 전통 금융(27.8%)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과 달리 핀테크 기업은 대체 데이터와 새로운 신용평가 기술을 통해 신용정보가 부족한 차입자thin-filer의 실제 상환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데이터와 신용평가 기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1.SoFi

2011년 설립 후 누적 500억 달러(약 55조 3천7백억 원)의 대출을 취급한 SoFi는 대출 심사 시 FICO, VantageScore 등 기존 신용평가점수 등을 활용하지만, 그것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합니다.

*SoFi는 ‘상환능력Ability to pay‘과 ‘신용이력Credit history‘을 고려하여 심사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데, 전통 금융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입의 안정성Stability of Income을 파악할 때에 단순히 현재 수입만 보지 않고, 차입자의 교육 기록과 커리어를 통해 향후 변동성까지 예측합니다.

*https://www.sofi.com/blog/credit-scores-lending-decisions/

2. LendingClub

2007년 설립 후 누적 600억 달러(약 66조 4천4백억 원)의 대출을 취급한 LendingClub도 대출 심사과정에서 대체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LendingClub 자체 등급과 FICO와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감소했는데, 달리 말하자면 차입자가 기존 신용점수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체 등급별 FICO 분포를 살펴보면 차이가 더욱 분명합니다. 자체 등급별로 특정 FICO 영역대의 비중이 매우 높았던 2007년에 비해, 2015년에는 모든 등급에서 FICO 영역대가 상대적으로 고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LendingClub이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 중에서도 실제 리스크가 큰 사람을 분류하고, 신용점수는 낮지만 실제 상환능력이 있는 차입자를 선별한다는 뜻입니다.

자체 등급별 예상 부실률에서도 기존 신용점수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LendingClub이 자체 등급 내에 있는 FICO Score의 예상 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예상 연체율은 기존 신용점수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기존 신용점수와 실제 상환능력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Prosper

2006년 설립 후 누적 170억 달러(약 18조 8천2백억 원)의 대출을 취급한 Prosper 역시, 자사의 누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출을 심사합니다. Prosper는 ‘Prosper Score’라 불리는 자체 등급과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추정 손실률을 산출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본 이율이 책정됩니다.

4. Upstart

2012년 설립된 Upstart는 기존의 신용점수와 평가방식이 실제 리스크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사의 평가 기술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AI 대출 플랫폼을 표방하는 Upstart의 누적 대출액은 78억 달러(약 8조 6천3백억 원)이며, 그중에 약 70% 대출은 이자율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완전 자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Upstart의 AI 모델은 1천6백 개 이상의 변수와 9백만 개 이상의 상환 이력 데이터를 활용, 은행과 비교해 훨씬 우수한 성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일한 승인율에서 부실은 은행보다 75% 적고, 동일한 손실률 기준 승인율은 은행의 173%에 달합니다.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647639/000119312520285895/d867925ds1.htm

5. Avant

고금리 대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간소득계층의 대출 경험을 개선하고자 2012년 설립된 Avant 역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합니다. 실제로 Avant는 최저 신용점수의 기준(FICO 580)이 타 업체에 비해 낮고, 전체 차입자의 절반가량이 채무통합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1만 개 이상의 변수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Avant는 부실 및 사기 리스크를 관리하며, 지금까지 65억 달러(약 7조 2천억 원)의 대출을 취급했습니다. *2019년에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HSBC와 TD Bank 등과 제휴하여 각 은행의 온라인 대출 인프라를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fintechnews.org/how-these-fintech-partnerships-are-shaking-up-finance

6. Lufax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 기업의 약진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뉴욕 주식시장에서 IPO를 실행한 중국 최대 디지털 대출 플랫폼 Lufax도 대출 신청 및 심사과정에서 새로운 데이터와 기술을 사용합니다. *Lufax는 생체 정보 처리와 자연어처리NLP, 광학문자인식OCR 등의 기술을 통해 대출 신청 과정을 간소화하고, 나아가 비정형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지능형 알고리즘을 통해 이상 징후나 사기성 정보를 몇 초 만에 찾아냅니다. 또한 대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용정보가 부족한 차입자thin-filer의 신용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Lufax는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차입자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양질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0년 6월 말 Lufax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680억 달러(약 75조 3천1백억 원)에 달하며, COVID-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연체율(3.3%)과 부실률(2.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816007/000119312520265571/d934009df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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