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할 정도로 겁이 없었어요.

대학을 중퇴하던 당시에 대해 보철님은 말했습니다.

어릴 때는 겁이 많았는데 말이에요.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았고요.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에서 계속 일하기로 한 건 어쩌면 그 틀을 넘어서는 계기였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한 학기를 마친 시점, 보철님은 교육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카이스트에 다니던 고등학교 선배를 따라 창업팀에 합류했고, 일에 적응해갈 때쯤 회사의 사업도 순풍을 타기 시작했죠. 사업 성과들이 가시화되는 것을 보며 보철님은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직은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부모님도 반대하셨었는데 많이 과감했죠.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십 대 초반을 그렇게 보낸 덕분에 지금 훨씬 도전적인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대학교 중퇴, 첫 회사에서 성공적인 엑싯, 경력 9년차의 20대 젊은 팀장. 보철님은 눈에 띄는 이력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소신 있는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며,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행복’을 향한 부단한 분투였다고 보철님은 말하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일한다’는 보철님에게, 일과 성장, 행복에 대해 들었습니다.

파이낸셜서비스그룹 대출팀 팀장 최보철
–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중퇴
– 스터디서치 창업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처음 일을 시작한 동기는 재정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집안이 넉넉했는데, 가세가 기울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돈이 없으면 불행하구나,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렇게 합류한 첫 회사에서 8년을 일했습니다. 개발자로 입사했지만 상품관리, 영업팀 관리 등 다양한 직무를 겸했죠. 사업의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효율화를 일구며 열정을 다해 일했고,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보철님은 당시의 일이 고통스럽기도 했다는데요.

어떤 역할을 맡으면 성향에 안 맞고 버겁더라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스스로에게 꽤 가혹했죠. 그러다 일 때문에 혼자 부산으로 가게 됐고, 동료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2년을 지냈어요. 그때 정말 외롭고 힘들더라고요. 결국 퇴사를 결정했어요.

엑싯을 하고 서울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를 모색하던 중, 한 친구에게 광고인 박웅현씨의 저서 <책은 도끼다>를 선물받았습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순간을 잡아라’)’, 삶을 충실하고 풍요롭게 살아내라고 말하는 책을 읽으며, 보철님은 삶에 대한 질문을 마주했는데요.

책에서 말하는 삶이 당시의 저와 반대되는 걸로 보였어요.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결국 행복해지고자 한 거였잖아요. 일과 돈은 수단일 뿐이었는데 거기에 매몰되는 바람에 점차 원래 목적에서 멀어진 것 같더라고요. 본질인 ‘행복’에 더 집중해서, 일하는 과정 자체를 즐겁게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알아봐 준’ 리더십

보철님이 피플펀드에 합류한 것은 회사가 온투금융사로 등록된 지 딱 3일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금융회사의 지위에 맞게 새로운 업무 체계를 갖출 과제를 마주하고 있었죠.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었어요. 개발자분들이 필요에 따라 여러 역할을 중첩해 맡고 있었고, 코드도 효율적으로 고도화시켜 가기 어려운 구조였거든요. ‘고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어요.

갓 입사한 입장이었지만 보철님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거침없이 의견을 냈습니다. 피플펀드는 보철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생각대로 실행해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는데요. 보철님은 자신의 의견이 빠르게 수용되고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닮고 싶은 리더십의 면모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제 의견이 타당하고 그걸 해낼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판단됐을 땐 정말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도요. 구성원들의 경험과 판단력을 알아보고 믿어 주는 게 결국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했죠.

숲을 그리며 나무를 가꾸는 파이낸셜서비스그룹 개발자

파이낸셜서비스그룹은 피플펀드의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 플로우를 구현하고 개선하는 백엔드 개발조직입니다. 그중에서도 보철님이 이끄는 대출팀은 피플펀드를 찾은 대출고객들의 이용경험을 관리하는데요. 올 상반기에는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원래 대출을 신청하려면 고객이 직접 등기소를 방문하고, 여러 서류를 발급받고, 기본 심사 후에 추가서류를 제출하는 등 최소 2~3주가 소요됐었어요. 그 과정을 대폭 간소화해서 이제는 앱상의 스크래핑과 자동심사를 통해 짧으면 몇 분 안에 완료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특히 주택담보대출 영역에서 플로우의 간편함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 됐을 거예요.

보철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객이 가장 좋은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건 신용대출이냐 담보대출이냐, 피플펀드냐 여타 금융기관이냐보다, 얼마나 많은 금액을 어떤 이자에 얼마나 신속하게 빌릴 수 있느냐잖아요. 대출의 종류에 따라 플로우가 나뉘어 있을 필요가 없죠. 선택 가능한 좋은 대출상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게 곧 고객의 편익을 늘리고 행복을 증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려 하고 있고요.

보철님의 팀은 격주로 ‘개발원칙 회의’를 갖습니다. 각자 짰던 코드와 피드백이 필요했던 부분을 취합해서 함께 리뷰하고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이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을 개발원칙으로 정해 지키면서도, 매번 회의를 통해 이 원칙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칙과 방향성 설정에 힘을 쏟는 것은, 나무를 잘 가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시에 숲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의 일은 여럿이서 하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 같거든요. 담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만 이해하는 문장, 쓰고 싶은 문장만 쓰면 완성도 있는 문서가 될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일관된 원칙 없이 기존 코드를 단편적으로 수정하고 어떻게든 동작하게 만드는 건 쉽지만, 변화가 그런 식으로만 쌓이다 보면 전체 제품의 방향성이 모호해지고 의미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걸 위해서는 기존의 구조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를 논의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율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항상 제대로 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어 가는 일

이처럼 각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면서도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은 대출팀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때문에 보철님은 팀을 이끌면서도 구성원을 ‘알아봐 주는 일’의 힘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는데요.

팀원 중에 한동안 힘들어하는 분이 있었어요. 일을 되게 잘하시는 분인데 심적으로 어려우신 게 느껴져서 저도 힘들었죠. 저를 포함한 제품본부 리더십과 여러 차례 면담 끝에 결국 다른 팀으로 소속을 옮기셨어요. 그런데 부서 이동 뒤부터 갑자기 출근도 저보다 일찍 하시고 다시 생기 있게 일하시는 게 보이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보철님은, 각자가 잘하는 게 뭔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성장하고 빛날 수 있는지를 알아봐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저는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다 저랑 비슷한 성향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에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성장이 곧 부단한 노력을 통해 약점을 극복해가는 것이라면, 어떤 분에게는 정말 순수하게 그 일을 좋아해서 배워 가는 것이고, 또 어떤 분에게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 챙기며 끌고 가는 것이기도 하더라고요.

대출팀 팀원들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각자의 방법. 그 사실을 인정하고 들여다보니, 팀원 하나하나가 각자 얼마나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팀 안의 다양성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지금의 고민은 이 사람들 각각의 생김새를 어떻게 최대한 살려줄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각자 성향이 어떤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의지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 방향으로 최대한 지원하되, 약점이나 문제가 발견될 때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본연의 행복을 찾도록 돕는 리더

궁극적 목표를 물으니 보철님은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보철님이 생각하기에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그는 주저없이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리더’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어떤 종류의 행복인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이는데요.

사실 감각적인 수준에서 행복해지는 건 상대적으로 쉽잖아요. 맛있는 것만 먹어도 행복해지는 게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본연의 행복, 각자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진정한 행복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죠. 그걸 찾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사람을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아요. 매 순간 그 사람 본연의 행복과 가까워지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대출팀 워크샵에서 팀원들과 함께

함께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야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소비자 혜택을 늘려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보철님. 일을 통한 성장과 행복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 모두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알아보아진 사람’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edited by Hayoung
photographed by Hyunki


본연의 행복을 찾아가는 분투,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