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 주도적으로 개선점을 찾아내고, 관계자들을 설득해 조직을 이끄는 힘.

첫 직장에서 PO라는 직무를 처음 마주하고 건하님이 느낀 감정입니다.

저런 일을 하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더라고요. 책임감을 가지고 제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겉핥기식의 일들을 마주하며,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목말라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마음 한 켠에 PO의 꿈이 떠오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죠. 각고의 노력 끝에 꿈에 닿았지만,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는데요.

처음 받은 피드백을 잊지 못해요. ‘끝인가요?’ 한 마디 이후 10초간 정적이었죠. 그 10초가 어찌나 안 가던지.. 지금도 떠올리면 아찔해요. (웃음)

신입 시절, 건하님은 ‘툭하면 헛방’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전에 있던 대기업에서 정규직 제의도 받았던 터라 ‘괜히 PO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나’ 의심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입사 3년 차인 지금, 그는 한 치의 후회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정말 고되고 어려운 일인 건 맞아요. 근데, 뭐든지 상응하는 법 아닐까요? 성취감을 느끼기엔 이만한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빽빽한 달력, 끝없는 미팅의 연속에도 업무를 통한 성취와 성장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모든 게 어려웠던 ‘금린이’ 시절을 거쳐 이제는 조직의 든든한 ‘사공’으로 거듭난 PO 건하님을 만나 피플펀드에서의 3년을 들어봤습니다.

Lending Product Team Leader 백건하
–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 학사
– 이랜드 ESI Marketing Assistant
–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사업개발

반갑습니다, 건하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Lending Product팀의 PO(Product Owner)이자 리더를 맡고 있는 백건하입니다. Lending Product팀은 피플펀드의 핵심 사업인 온라인연계투자금융업의 대출 상품과 투자 상품을 관장하는데요. 차입자에게는 보다 합리적이고 편리한 대출 서비스를, 투자자에게는 중수익의 채권형 투자자산군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PO이자 팀 리더로서 제품의 로드맵을 짜고 파이프라인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요. 이 긴 여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입사 3년 차 PO가 되셨는데요. 처음 맡으신 직책은 PM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맞아요. 입사했을 때의 직책은 PM(Product Manager)이었어요. 비슷한 역할이어도 조직에 따라 PM, PO, 서비스 기획자 등 명칭이 다양한데요. 피플펀드의 경우 담당 서비스에 대해 단순 기능 추가, 유지 및 보수를 넘어 중/장기적인 방향을 그릴 수 있도록 PM이라는 명칭을 PO로 변경했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고민한 사람이 없도록

PO가 되면서 제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어요. 말 그대로 ‘내 것’이니까요. 빌려쓰는 물건과 내 돈으로 구매한 물건 중에서도 후자를 더 아끼게 되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계속 살펴보고, 발전시킬 구석을 찾게 되는 거고요.

애정이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제품이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지, 비효율적인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되물으며 점검해야 해요. 당장은 갈피가 안 잡혀도 물고 늘어져야 답이 보이는 문제들도 있으니까요. 저는 감히 ‘사랑한다’ 표현할 정도로 제품에 매달리는 것 같아요.

괜히 ‘미니 CEO’라 불리는 게 아니네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지만, 요즘 가장 핫한 직무 중 하나고요. 건하님도 원래부터 PO를 꿈꾸셨나요?

아뇨. 원래는 패션 업계에서 MD나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옷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취미도 동묘시장에 가서 빈티지 쇼핑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의류 대기업에서 실무를 접해보니 꿈꾸던 것과 괴리가 있더라고요. 패션을 워낙 좋아하니 재미는 있었지만, 업계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보니 흥미만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그려졌어요.

특히 성취감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일례로, 인턴으로 근무할 때 브랜드 컨설팅 전략을 수립해 사내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전략은 그대로 폐기되고, 사업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죠. 상까지 받은 기획이었는데도요. 정직원 전환 제의도 있었지만 제 길은 아니라고 직감했어요. 빠르게 움직이며 직접 내 손으로 일궈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이후 모빌리티 스타트업에서 사업 개발 업무를 맡았는데, 이때 PO라는 직무를 처음 접했어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제품의 A부터 Z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딱 제가 원하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PO로 커리어 전환을 노리던 때에 좋은 기회로 피플펀드에 인턴으로 합류하게 됐죠. 아무래도 사업 개발을 하면서 CX*나 서비스 운영, 협력사 관리도 접했던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CX (Customer eXperience): 마케팅에서부터 영업,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구매 여정의 모든 지점에서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

딱 원하던 일이라니! 그래도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들 텐데요.

호기롭게 입사했지만,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업계 용어도 생소하고, 디자인이나 개발 분야 지식도 부족했고요. 첫 과제가 신규 입사자를 위한 금융 용어 가이드를 만드는 거였는데, 앞이 깜깜했어요. 사전에서 ‘근저당권’ 정의를 찾아보는데 설명 속 용어부터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거예요. 저는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는 성격이거든요.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붙잡고 있던 기억이 나요.

이후 맡은 프로젝트도 한동안 비슷했어요. 소요 기간을 2주로 잡았던 개발 작업은 여러 이슈들이 겹치며 3달 반이 걸리고, 디자인의 ‘디’도 모르는 상태로 시안을 짜서 프로젝트가 한없이 미뤄지기도 하고… 회사를 헤집고 다니며 실수 아닌 실수를 많이 했죠. 그 때를 반추해보면, 감사한 점들이 참 많아요. 계속되는 실수에도 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을 보고 많은 분들께서 지지하고 응원해주셨거든요.

첫 연애 같았어요. 헤매고, 실수하고, 후회하면서 감을 익히는?

지금 생각하면 꼭 거쳐야 했던 단계라고 생각해요. 마치 첫 연애처럼요! ‘이불 뻥뻥 차는 흑역사’도 만들어봐야 다음 연애를 더 잘 할 수 있잖아요. 대신 부딪히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당시 엔지니어그룹장님을 새벽까지 붙들고 개발 관련 질문을 드리기도 하고, 최대한 같이 있으려고 헬스장까지 따라다니며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요.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지독했죠. (웃음)

입사 후 8개월 정도가 지나니 비로소 조금씩 ‘내가 늘었구나’ 실감이 났어요. 서비스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방향성을 고민하고, 차기 프로젝트까지 기획하는 단계에 이른 거죠.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고 모르는 건 전부 물어가면서 배웠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도움을 청할 때마다 흔쾌히 손을 내밀어준 동료들 덕이 크고요.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성격이신 것 같아요. 이런 성격이 업무에서는 추진력으로 나타나겠지요. 업권 최초 자동수금(CMS) 시스템 도입도 건하님의 기획에서 시작됐다면서요.

입사 2년차에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수많은 난관에도 기획부터 출시, 도입까지 만족스럽게 마무리해서 특히 애정이 크죠.

기존에 저희 고객들은 대출 원리금을 상환 일정에 맞춰 매번 본인이 직접 이체해야 했어요. 제1금융권 은행들은 CMS가 있어서 고객이 일일이 이체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여기서 발생하는 비효율이 크다고 판단했고, 피플펀드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꼭 CMS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온투금융업권에서 CMS가 구축된 선례가 없어서 난관이 많았어요. 외부적 요인으로 작업이 중단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 것 같아요. ‘든든한 우리 팀원들이 있는데, 뭐가 안되겠냐’ 싶은 자신감도 있었고요. 급하게 마친 작업도 손보고, 미뤄뒀던 안건도 하나씩 해결하면서요. 마일스톤*을 수시로 매만지면서 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도 저의 주요한 역할이니까요.

*마일스톤: 궁극적인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목표

작년 12월부터는 Lending Unit의 Product팀 리더도 맡고 계시죠. 시니어들은 건하님을 ‘포용적인 리더’로 총평하시던데, 알고 계셨나요?

경청하는 리더에요. 팀원의 의견을 흘려 듣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설정하죠. 본인부터 솔선수범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요. 리더에게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Chief Lending Officer 건우님

팀원들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살핀다는 점에서 종종 존경심이 들어요. 리더로서 업무적 영역을 넘어 개인적 영역, 예컨대 팀원 개개인의 성장과 행복도 함께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트렌드를 기민하게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요.

VP of Engineering 장혁님

이성과 감성을 겸비한 리더! 팀원에 대한 애정을 가지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냉정한 피드백을 건넬 줄 알죠. 긍정적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백분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Corp. Dev. Team 진해님

리더로서 특히 노력하는 부분을 알아주시니 감사한 마음이네요. 사실 처음에는 리더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어요. 저보다 뛰어난 분들을 지휘할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거든요. 끝까지 망설였지만,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결국 수락한 것 같습니다.

나의 특기를 알아주는 친구같은 리더

저만의 리더십을 숙고해본 결과, 저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리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리더십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저는 카리스마로 팀원들을 휘어잡는 리더는 아니지만, 설득에 능해요. 최대한의 자율과 권한을 팀원들에게 부여하고, 고민이 필요한 지점들은 함께 풀어나가려고 하죠.

이 과정에서 팀원 각각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사람은 저마다 강점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한분 한분의 성향을 파악해 그걸 어떻게 팀의 발전에 활용할지 고민하죠. 그게 제가 정의하는 ‘리더’이기도 하고요.

제품부터 팀원까지…쉼 없이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무엇보다도 동료들이요.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좋아해요. 무엇이든 같이 고민해주고 함께 행동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똑똑한 동료들을 보면서 업무적으로 자극받을 때가 많기도 하고요. 상환 정산에서 전문성을 길러야겠다 마음 먹은 것도 동료들의 영향이 컸어요. 다들 너무 똑똑한 거예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전문 분야 하나쯤은 있어야겠더라고요. (웃음)

또, 회사가 가진 비전이요. 공교롭게도 온투업이 제도권에 막 편입되는 시점에 제가 들어왔어요.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단 기대감이 들었죠. 현재는 피플펀드를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꿈을 마음 한켠에 간직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Lending Product 팀에서 훌륭한 PO 분들을 더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건하님은 어떤 동료를 원하시나요?

주어진 일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해요. 10분 고민한 기획과 100분 고민한 기획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무엇보다 PO 본인이 제일 잘 느낄 거예요. 주어진 자율과 권한을 토대로 다양한 가설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물론 PO 경력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꼭 PO가 아니더라도 특정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본 경험이 있으면 될 것 같아요. 기획부터 성과 세팅, 전략 설계, 실행, 리뷰 및 피드백 도출까지 전 과정을 직접 밟아본 경험이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 경험에서도 PO의 자질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제휴 사업을 진행하거나 운영 프로토콜을 만들 때에도 소통은 필수죠.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PO로서 예열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edited by Jungmin
photographed by Hyu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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