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변호사로, 로펌Law Firm에서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피플펀드 사내변호사 박수정 님을 만났습니다.

법무그룹 사내변호사 박수정입니다. 주로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그리고 각종 사안의 법률 질의에 답변하고 있어요. 또 각종 계약서 검토와 소송업무, 직원들의 법률교육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죠.

사회부경제부 기자 생활.

학부 때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어요. 뚜렷하게 기자의 꿈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언론에 관심이 있었고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죠.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자를 선택했어요.

처음에는 사회부 사건팀에서 수습 생활을 했고, 이후에는 경제부로 발령을 받았죠. 증권사와 금융회사에 출입하면서 자연스레 금융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마침 2008 금융위기가 터졌어요. 정말 역동적인 분야라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금융을 잘 몰라서 좌충우돌을 많이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중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기자 생활은 힘들지만 재미있었고,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와 얕지만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선 사회초년생에게 좋은 직업인 것 같았고요.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기자 중에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분들이 있지만, 조금 더 한 분야를 깊게 이해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어요. 또한 기자로서 항상 외부 관찰자의 한계를 느꼈는데, 직접 사건 중심부에 위치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기도 했죠.

피플inside: 박수정

로펌Law Firm에서의 5.

그러한 이유로 다른 직업을 생각하던 때에 마침 로스쿨 제도가 생겨서 로스쿨에 진학했죠. 돌아보면 여러 측면에서 기자 생활이 변호사 업무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기자로서 사안의 핵심만 짧게 요약하는 훈련을 많이 했던 것이 변호사로서 저의 장점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기자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게 기본이거든요. 변호사도 사안을 빠르게 파악하고, 글로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일 처리도 빨라야 하고요.

로펌의 어쏘변호사Associate Lawyer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네요. 로펌에 있을 땐 정말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어요. 자문도 했지만, 주로 소송을 맡아서 일반 민사, 행정, 형사까지 진짜 이 정도 해봤으면 앞으로 처음 겪는 일은 없겠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죠. 그런데도 계속 처음 해보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그럴 때마다 예전에도 했는데 지금이라고 못할 게 있나, 처음이라서 못한다면 그동안은 어떻게 했나,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자세히 언급하긴 어렵지만, 그 당시 맡았던 일 중에 굉장히 사안이 복잡한 증권 사건이 있었어요. 다른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을 제가 이어받았는데, 쉽게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죠. 재판 때마다 재판장님도 어렵다고 말씀하시고, 프리젠테이션도 여러 번 했고요.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들조차 자기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면서 그냥 관성에 따라 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내부에서 법률가들이 할 일이 많겠다 싶었고, 그때 금융에 더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피플펀드 사내변호사.

5년 차가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변호사 커리어에 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로펌에 남아 전문분야를 찾아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개업변호사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현업부서에 가까이 붙어서 일해보고 싶어서 사내변호사 쪽이 더 끌렸죠.

당시 지인을 통해 피플펀드를 소개받았는데, 운영총괄이사 명관 님이 제가 근무하는 곳 근처로 찾아오셨어요. 보통 면접을 보러 가긴 해도,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그 자리에서 피플펀드에 대해 들어보니 좋은 회사이고, 장래도 밝을 것 같았어요. 특히 명관 님이 제일 많이 설명한 키워드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피플inside: 박수정

로펌에서 딱 5년 동안 일하고 피플펀드에 왔는데, 전보다 가장 좋은 점은 근무시간이에요. 전 직장에서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지만, 피플펀드에서는 근무시간이 지켜지는 편이거든요. 덕분에 주말에만 겨우 볼 수 있던 아이와 매일 저녁을 함께하게 됐죠.

또한 사내변호사로서 일해보니, 남의 일을 할 때와는 많이 다른 점이 있어요. 물론 전에도 고객의 일을 내 일처럼 일했지만, 여러 제약과 한계가 있었어요. 먼저 우리 회사의 일만 전담하니까, 적어도 우리가 속한 산업에 관한 이해는 누구보다 잘 알게 됐죠. 또 외부에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으니까, 회사에 어떤 이슈가 발생하든지 외부 법무법인에서는 줄 수 없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요. 이래서 사내변호사가 필요하구나, 느낄 때가 많아요.

백지에서 모든 것을 만들다.

피플펀드에서의 첫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 자리에 컴퓨터가 없었던 거에요. 박스만 덩그러니 있고, 그냥 알아서 설치해야 하더라고요. 스타트업에 왔구나, 실감이 났어요. (웃음)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때가 신규입사자가 많이 들어온 시기라서) 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더라고요. 그들도 모두 회사에 대해, 자신 일에 대해 알아서 배우고 있었던 거죠.

피플펀드는 전 직장과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요. 복장부터 말하자면, 전 직원이 당연히 정장을 입던 전 직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모두 편하게 입잖아요. 또 전반적으로 젊고,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가 저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이었어요. 조금 낯설긴 했지만, 그 안에서 지내다 보니 저 역시 그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스타트업 사내변호사는 장단점이 몹시 뚜렷해요. 만약 대기업처럼 모든 것이 이미 갖춰진 곳에 갔다면, 자신을 조직에 맞춰서 톱니처럼 일했을 거예요. 당연히 편한 점도 있고 배울 것도 많았겠지만, 아무래도 수동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반면에 이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저와 함께 입사한 CLO 민주 님과 함께, 백지에서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나갔죠. 쉽게 해볼 수 없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법률상 근거를 가진 금융회사.

국내 P2P산업의 초창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2017년에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생겼지만, 그건 행정지도에 지나지 않았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재작년에 어떤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 그곳의 법률팀으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우리 회사뿐 아니라 P2P산업에 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막막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생겼으니까, 정체를 묻는 말은 듣지 않겠네요. (웃음)

피플inside: 박수정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제정되면서, 드디어 우리는 법률상 근거를 가진 금융회사가 되었어요. 고객들도 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었고요. 얼핏 생각하면 사업자 입장에서 앞으로 불편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독립된 규율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니까 오히려 전에 없던 안정감이 생겼어요. 물론 앞으로 우리가, 특히 법무그룹이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거예요. 세상에 없던 법이 생겼으니까, 새롭게 갖춰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도 굉장히 고도화되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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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펀드에서의 모든 일이 기억에 남지만, 하나를 꼽자면 특히 올해 한 해외 금융기관과의 투자 관련 계약이 떠올라요. 새롭고 복잡한 구조의 거래였기 때문에, 정말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물론 거래 성사까지 기관투자그룹을 포함한 많은 부서에서 너무 고생하셨기 때문에, 법무그룹에선 고생했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요.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되어서 기억에 남아요.

윤리적 기준이 높은 회사.

금융규제가 복잡한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정말 어렵더라고요. 금융회사의 컴플라이언스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체감하고 있죠. 특히 금융규제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규제인 것들이 많아요. 흔히들 그림자 규제라고 하죠. 주로 소송 관련 업무를 많이 했던 저는 늘 법률적 근거를 찾는 것에 익숙한데, 그런 점에서 참 어려웠어요.

2020년 새해에는 먼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등록하는 일이 있어요. 법무그룹이 전부 리드하진 않겠지만, 법에 따라 지켜야 하는 사항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거든요. 내부 가이드라인을 잘 갖추고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예요. 그것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될 거예요.

피플펀드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에요. 입사한 순간부터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결국 피플펀드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좋은 회사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내변호사로서 윤리적 기준이 훨씬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제가 있는 동안 훨씬 더 높은 기준을 갖추도록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