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바꾸는 서비스의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성장 의지와 오너십이 가득한 사람. 피플펀드 MoneyFlow 팀의 마승완 님을 만났습니다.
MoneyFlow팀 마승완 – 인하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 학사 – 인하대학교 로봇공학 석사 – 한국증권전산, 이데일리 등에서 백엔드 개발 |
MoneyFlow 팀에서 개인신용채권의 돈의 흐름을 책임지는 백엔드 엔지니어 마승완입니다. 저희 팀은 이름 그대로 정산, 출금, 이체 등 자금의 흐름 전체를 맡기 위해 꾸려진 팀이에요.
컴퓨터정보공학과 컴퓨터 비전.
인하대학교에서 컴퓨터정보공학을 공부했어요. 이어서 대학원에서는 로봇공학, 조금 더 정확하게는 컴퓨터 비전을 전공했죠. 동영상 처리 및 분석 관련 알고리즘을 찾거나 개발하는 분야인데, 제가 석사를 마쳤을 당시에는 전망이 밝다고 말하기 어려운, 굉장히 희소한 분야였죠.
그러다가 딥러닝이 뜨면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이젠 굉장히 핫한 분야가 됐어요. 전에는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이 있어도 컴퓨터 비전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정말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딥러닝 등장 이후, 컴퓨터비전에서 진보된 기술들이 순식간에 많이 쏟아졌어요. 엔지니어로서 제가 만약 그쪽으로 계속 팠다면.. 한동안 엄청 후회했죠. (웃음)
금융,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
학생 때부터 숫자뿐만 아니라 돈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등록금으로 주식투자를 할 만큼요. 사실 그건 엄청난 일탈이었죠. 주식투자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것도 아니고 막 질렀으니까. 하필 그때가 또 서브프라임모기지가 터진 2008년이었고, 제가 산 주식들은 꾸준히 떨어지더니 결국 남은 게 거의 없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때를 계기로 증권시장과 자본시장에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컴퓨터 비전 분야의 비전이 잘 안 보이기도 했고, 컴퓨터공학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금융권이 눈에 들어왔죠. 그중에 안정적이면서도 보수가 높은 편인 코스콤이란 회사에 공채로 입사했어요. 주로 한국거래소 일을 담당하는 곳이었는데, 워낙 안정적이어서 자리가 거의 나지 않았어요. 석사 졸업 시기에 공채로 들어갔는데 전체 50명 팀원 중에 제가 막내더라고요. 워낙 안정적인 회사이고 신입을 잘 안 뽑으니까 대부분 40대 초중반이었죠.
입사 후 바로 2년짜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채권시장 매매체결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채용단계에서 이미 참여 의사를 묻더라고요.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을 직접 다뤄볼 기회니까 당연히 하고 싶다고 했죠.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저같이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한 신입에게 직접 일을 맡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더라고요. 저는 운 좋게도 소액채권시장 장 종료 로직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할 기회를 얻었어요. 처음 일할 때는 너무 큰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 무지 긴장되더라고요. (웃음)

로보 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하던 시기엔 그래도 재미있었는데, 이후에는 시장 운영이라고 불리는 모니터링 작업이 거의 다였어요. 심하게 말하면 개발자로서 썩고 있단 느낌이 들었죠. 회사가 안정적인 것은 좋지만, 저는 늘 기술적 성장에 목말랐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결국 2년 8개월 만에 이직하게 됐어요.
이직한 곳은 작은 로보 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이었어요. 제가 합류했을 땐 팀원이 세 명밖에 안 됐어요. 덕분에 백엔드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었죠. 큰 기업에서는 보통 조그만 모듈을 맡게 되고 전체 시스템을 다루기는 어렵잖아요. 더욱이 백엔드 시스템 초기설계를 맡을 기회는 사실상 없죠. 전 직장에서 매매체결시스템의 체결 모듈만 다뤘다면, 두 번째 직장에선 그 외 인프라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백엔드 시스템을 사실상 제가 처음부터 다 만들었고, 증권사를 연계하는 작업도 했죠.
그렇지만 저 외에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한 명밖에 없었고, 무엇이든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어요.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기 어려웠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기도 힘들었죠. 사용하는 언어도 국내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언어라서,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요.
함께 성장하는 개발문화.
두 번째 회사에서 그만둔 결정적인 이유는 근무시간이었어요. 거의 매일 야근하다 보니 정말 정신없었죠. 그래서 대기업에 지원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제 성향과 맞진 않아도, 안정적이니까. 하지만 평생 개발자로 살기 위해선, 아직은 도전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즈음 P2P금융을 알게 됐고, 어떤 회사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봤어요. 피플펀드를 포함하여 다른 한곳이 눈에 띄었고, 지원해서 면접을 봤어요. 지원할 때는 마음을 정하지 않았었지만, 면접을 보자마자 피플펀드로 가야겠다고 결정했어요.
당시 CTO 대성 님(現 기술고문)이 두 시간 남짓의 면접 시간 내내 컴퓨터공학의 전반 지식에 관해 정말 집요하게 물어보셨는데, 그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 배울 점이 참 많겠다, 성장할 기회가 있겠다고 확신했죠. 반면 다른 업체엔 CTO도 없었고, 기술 면접 자체가 없었어요. 피플펀드는 Python, 그곳은 C#을 쓴다는 것도 비교됐죠.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개발문화란 것이 없었어요. 개발자 인원이 당시 CTO 대성 님(現 기술고문)과 섬기 님(現CTO)을 포함해서 8명밖에 안 됐거든요. 기술적인 의견을 나누거나 코드 리뷰도 없었고, 역할 분담이랄 것도 없이 닥치는 대로 다 했어요. 당시 제 업무의 70~80%가 오류 대응일 정도였죠.
반면, 지금은 팀별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각자 전문성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어요. 덕분에 시스템과 업무 방식이 전반적으로 많이 안정화되었고요. 개발문화가 이만큼 발전한 것에 저 역시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오너십을 갖도록 하는 힘.
회사가 어떤 문제에 대해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개인이 오너십을 가질 수 없어요. 오너십에 비례하여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테니, 애초에 오너십을 버리는 거죠. 소위 말해 뒤집어쓰기 싫으니까.
제가 피플펀드에 합류한 지 7개월 정도 되었을 때, 비동기 태스크 처리 서버를 구축한 적이 있어요. Python 기반의 프레임웍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Celery를 도입하여 기존 웹 서버와 연계하는 작업을 했고, 현재는 다양한 모듈에서 활용하고 있죠. 도입을 제안했던 제가 혼자서 약 3주 동안 해당 작업을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이후 개선 및 관리를 하면서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요.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동기 태스크를 기존 웹 서버에 부하가 걸리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 비동기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건 당시 모두가 느끼던 문제였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도입하자고 말하고, 직접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이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피플펀드의 문화 때문이죠.
기존 금융권에 속한 회사들은 기존 시스템을 바꾸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그건 시스템 오류의 책임을 개인이 져야 하는 문화의 탓이 크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스타트업, 적어도 피플펀드에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단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요. 덕분에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가 꺾이지 않죠.

Keep It Simple, Stupid.
일할 때 제 모토는 K.I.S.S(Keep It Simple, Stupid 혹은 Keep It Small and Simple)에요. 항상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쉬운 구조와 간결한 코드를 추구하죠. 빠르게 확장할 수 있으면서도 오류가 적은 시스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쉽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
여럿이 함께 일할 때는 특히 더 중요한 원칙이에요. 코드가 복잡해지거나 구조가 복잡해지면 개선하는 것도 힘들고 기능을 추가할 때 버그가 발생하기 쉽거든요. 처음부터 누구나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간결하게 짜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팀은 파이프라인 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한 뒤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한 번에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저 역시 진짜 급한 오류 대응이 아니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요. 그래야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요.
저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관련된 문제가 더 번질 수 있거든요. 더 힘들고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요.
어떤 이슈에 관한 좋은 솔루션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출퇴근 시간이나 샤워할 때처럼 편안하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을 시간에 고민해보는 편이에요. 도저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문제라도, 다음 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면 좋은 해결책이 떠오를 때가 많더라고요.
보통 설계할 때 그림을 먼저 그리는데, 저는 특히 시스템을 쓰는 사람이 원하는 게 뭘까 정말 고민을 많이 하죠. 간혹 기능적으로 뛰어나도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거든요. 애초에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개발해놓고도 안 쓰는 기능이 생기죠.
동료들에게 저는 기술적으로 누구보다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진 지식을 전하는 동시에 상대에게 배우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겠죠.

금융 혁신을 위한 기술 혁신.
지난 2년여 시간을 돌아보니, 피플펀드에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결혼도 했고요. (웃음) 거의 매일 야근하던 전 회사에 이어 다시 스타트업을 선택하면서, 당시 교제 중이던 제 아내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피플펀드는 각자 오너십을 갖고 최선을 다하며, 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업무를 요구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었고, 결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죠. 또 스타트업은 언제나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진이나 팀원들의 극복 의지와 역량이 충분하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어요.
피플펀드에는 이미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해요. 개발자/비개발자 할 것 없이 다들 성장 의지가 정말 강하고, 공부도 되게 열심히 해요. 덕분에 함께 일하면서 배울 기회도 많죠.
개발자로서도 뭔가 직접 만들어볼 기회가 많아요. 오너십을 갖고 일을 찾고 만들어서 하면 되거든요. 팀원들과 기술적으로 소통할 기회도 많죠. 누구든지 물어보면 친절하고 편안하게 말해줄 거예요. 협업 기회도 많아요. 단, 본인이 찾아야 해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좋아할 만한 환경이죠.
P2P금융은 기술을 통해 금융을 혁신하는 핀테크 분야잖아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플랫폼은 끊임없이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하죠. 금융 혁신을 위한 기술 혁신. 그 점이 은행 같은 기존 금융과 다른 점이라고 봐요.
전에는 그냥 기술적으로 엄청 실력 있는 개발자가 되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의 시스템에 기여하면서 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먼저예요. 언젠가 피플펀드가 금융 시장을 혁신시킨 성공한 기업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 제가 그 시스템에 기여한 개발자로 알려지고 싶어요.
금융 혁신을 위해 기술을 혁신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