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개발을 하는 사람. 모두가 아는 회사에 다니다가 아무도 모르는 회사에 뛰어든 사람. 피플펀드 2호 개발자이자, 개발팀 전체를 총괄하다 지금은 핀테크엔지니어링 그룹을 이끄는 한섬기 님을 만났습니다.

핀테크엔지니어링 그룹장 한섬기
– 성균관대학교 시각디자인 학사
– 종합 IT 기업 NHN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핀테크엔지니어링 그룹장 한섬기입니다.

벌써 만 4년이 되었네요. 처음 합류했을 때 피플펀드에는 딱 10명이 있었어요. 당시 CTO 대성 님(現기술고문)을 제외하면 개발자는 저밖에 없었고요. 지금의 1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애초에 저는 더 작은 규모를 생각하고 입사했었기 때문에 10명도 꽤 크게 느껴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항상 다 같이 모여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토론하곤 했어요.

디자인 전공 개발자, NHN 떠나다.

대학에서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3명으로 이뤄진 스타트업에서 개발자가 퇴사하는 바람에 독학하며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이 시작됐죠.

피플펀드에 합류하기 전에는 NHN이라는 꽤 큰 규모의 회사에서 약 2년 반 정도 근무했어요. 그곳에서의 생활도 물론 나쁘진 않았지만, 저라는 개인이 조금 더 제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세 가지 기준을 갖고 회사를 찾기 시작했어요.

첫째, 정식 서비스를 런칭하지 않은 곳.
둘째, 배울 점이 많아 보이는 곳.
셋째, 유망하고 현실적인 비즈니스를 다루는 곳.

그러던 중에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윤 님(CEO)의 글을 봤어요. 우선 비개발자 대표가 직접 글을 쓴 것이 인상적이었고, 스타트업 치고는 멤버들의 나이가 많아서 (웃음) 호기심이 생겼죠.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이력이 짱짱한 분들도 많았고, 앞서 말했던 세 가지 기준에도 맞는 곳이어서 지원했어요.

10명에서 100성장과 변화.

정식 합류하기 전, 인터뷰를 볼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멤버들의 구성을 봤을 때)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야 조금 더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물론 스타트업이란 그 자체로 불안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직접 겪어보니 불안보다는 확신이 더 커졌죠. 그리고 저는 미래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없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애초에 별로 걱정하진 않았어요.

현재 피플펀드를 예전과 비교하면 더욱 회사다운 모습을 갖췄어요. 모든 구성원이 프로페셔널하니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일할 수 있고요. 한편, 조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아쉬운 점들도 생기긴 했죠. 말로 설명하긴 조금 어려운데, 물리적인 거리감에 따라 서로 소통할 기회와 자유로운 분위기 등이 줄어들었어요. 예전에는 어디로든 방향을 틀기 쉬운 소형차였다면, 지금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버스 같달까.

세상에 없던 시스템을 만들다.

최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일은 지난 4년 동안 만들어온 프로젝트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커를 도입하는 것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문서 인식 기술을 연구 등이지만, 처음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어요.

먼저 협력사인 전북은행 종이 서류를 온라인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웹브라우저상에서 서명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온라인 서류 제출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후엔 담보채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응하여 기존 개인신용채권과는 또 다른 신규 시스템을 제작했죠. 특히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해야 하는 우리 업의 특성상 기존에 은행에도 없던 정책들을 세워야 했는데, 모두가 납득할 만큼 형평성 있는 정책을 세밀하게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려웠어요.

개별 프로젝트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카카오페이와의 연동이에요. 카카오페이를 통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트래픽이 한 번에 쏟아질 텐데, 그 와중에도 모든 값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죠. 수십만 명이 동시에 투자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테스트하며 시스템을 최적화했지만, 막상 서비스를 공개할 때가 되니 두근두근하더라고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세세한 문제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모이니 또 작업량이 많아져 출시 후 한 두 달은 그것들을 개선하며 보냈어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덕분에 ‘이 정도 트래픽 증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채용과 채용 그리고 채용.

전체 아키텍처와 인프라 관리가 저의 주요 업무지만, 동시에 좋은 개발문화를 만들고 좋은 분을 모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어요. CTO가 되기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가 그 부분인데, 이력서 검토와 기술 면접 등 미래 인력을 위한 일에 업무 시간의 20% 정도를 쓰고 있죠. 퇴근 후엔 스스로 하고 싶었던 업무들을 하나씩 해치우곤 하는데, 최근에는 그 시간에도 우리 팀의 개발문화와 채용 전략에 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해요.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역시 채용이에요. 특히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 개발팀처럼 퇴사율이 낮은 일이 없단 말을 들을 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계속 더 좋은 분들을 모시고, 더 좋은 개발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죠. 동시에 가장 힘든 순간 역시 팀원이 떠날 때에요. 하지만 우리 개발팀의 문화와 방향성이 옳다는 신념으로, 함께하는 이들과 더 나은 순간을 떠올리며 매번 극복하고 있어요.

솔직하게 말하고실행하는 개발문화.

피플펀드의 제품 개발문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솔직함이에요. 아무리 불편한 내용이라도, 누구든지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말 그대로 고찰하고, 성장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개발문화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 함께 이야기한 것들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함께 토론/연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도록 실행으로 옮기는 것 역시 다 같이 책임지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추구하다 보니까, 비즈니스에 관한 것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문화적인 측면에 관해서도 자연스레 각자의 목소리를 내더라고요. 우리가 모두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태도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등에 관해 더 활발히 이야기하고 개선해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개발팀뿐 아니라 회사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우리 개발팀과 문화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테크 챌린지(aka 스테첼)’라는 이름의 기술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어요. 최근에 네 번째 자리에는 무려 70명이 참가해주셔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죠.

개발팀이 조직의 절반이  때까지.

전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채용원칙을 들었어요. 아마 넷플릭스 사례였던 것 같은데, 그들은 제품을 만드는 인원이 회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다른 팀의 인력 충원을 중단한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그 비율을 유지하지 않으면 어차피 회사 전체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논리였죠.

당장 우리 회사에 그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개발팀 규모가 우리 회사 전체의 절반이 될 때까지 충원할 계획이에요. 최근 일 년 동안 채용에 힘쓴 결과 어느덧 개발팀이 스물세 명으로 늘어났는데, 회사 창립 후 3년 동안 개발자가 열 명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쉬운 결정이 아닌데, 이러한 채용계획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회사의 병목 자원이 무엇인가에 관해 이사진 전체가 동의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가장 병목이 되는 것은 개발인력 부족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올 초 CTO가 되자마자 개발팀을 우리 회사의 절반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 ‘추천연금’인데요, 사실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추천한 사람과 추천받은 사람 모두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요.


좋은 개발문화를 공유하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