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Grey-zone 없는 담보대출을 만들기 위해 지표와 함께 맥락을 읽는 사람. 피플펀드 주택담보대출 심사역 박채곤 님을 만났습니다.

대학원 대신 보험사 인턴.

응용 학문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지식을 쌓고 싶어서 경제학과를 선택했어요. 입학 후에도 같은 이유로 심리학을 복수전공했죠. 공부하다 보니 둘 다 재미있었지만 성격은 꽤 달랐어요. 경제학은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심리학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접점도 있었어요.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개인/집단상담을 많이 했는데, 각자의 사정은 달라도 경제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더라고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던 터라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더 하려고 하다가, 지식만 가지곤 될 일이 아니겠다 싶어서 취업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석사 공부는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취업은 언제나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잖아요. 취업 준비를 거의 안 했었지만, 친구의 소개로 운이 좋게 삼성화재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됐어요.

처음엔 자동차 대인 보상 업무를 맡았는데, 쉽게 말하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보험가입자가 위해를 입힌 사람을 찾아가 사건을 종결시키는 역할이었어요.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일이었는데, 정말 살면서 하기 힘든 완전 새로운 경험이었죠. 과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땐 정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그 일을 너무 좋아하는 분의 말을 듣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당시에 보통 한 달에 50~60건씩 처리했는데, 그럼 1년에 적어도 5백 명을 만나게 되거든요. 그분은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며, 본인은 그 일을 하며 사람을 많이 배운다고 하셨어요. 돌아보니 사람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는 제 생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물론 페이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고요. (웃음)

주택담보대출을 만나다.

입사 후 2년 반 정도는 부산, 수원, 용인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계속 같은 일을 했어요.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잊지 못할 경험을 많이 했죠.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았지만, 또다시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우선 일과 관련된 관계, 결국 돈 얘기로 마무리되는 관계이다 보니 일정한 틀을 벗어날 수는 없었고요. 또 회사 실적을 맞추기 위해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더 박하게,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더 후하게 대하게 되는 저 자신이 싫었어요. 일할 맛이 안 났고, 실적이 떨어지니까 맨날 깨졌죠.

그러다가 갑자기 주택담보대출 융자사업부로 발령이 났는데, 그 일이 제겐 큰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사실 저는 집을 살 때 대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등기부등본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일을 시작해서 6개월간은 쉽지 않았죠. 

집은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자산 중에 하나잖아요. 개별 자산규모가 크다 보니 관련된 사항 역시 많죠. 누구는 직접 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돈을 벌 목적으로 사기도 하고요. 사람의 생각과 욕망이 되게 많이 얽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대부분 집을 갖게 되면 자산과 부채를 함께 보유하게 되니까, 반드시 무슨 일이 생기죠.

이 일에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어요. 중개 수익을 얻는 사람도 있고, 경매를 통해 되파는 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대출을 내주고 이자를 받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그 대출을 심사하는 사람도 있고요. 집 하나에 매우 많은 경제 논리와 사람이 얽혀있더라고요. 신기했죠. 사람들의 특정 부분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됐어요.

금융 기회는 공평할 수 없을까?

결혼 후에는 본사 쪽에 발령을 받아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영업에서 채권 관리 쪽으로 업무도 바뀌어,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영업에서는 기준에만 부합하면 취급했는데, 채권관리를 하게 되니까 맹점이 보이더라고요. 기준에 맞더라도 손실 나기 직전 상태인 것도 있고, 차주가 애초에 연체할 생각으로 신청한 경우도 있었죠.

전화로 독촉하고, 법원 경매 접수부터 배당받고, 다툼이 있으면 소송도 하고, 소장 만들고 1심 변론 참석하고… 그런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하면서, 전에 만나보지 못한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심신이 지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금융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어요.

적어도 금융에 대한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기존 금융사에는 편의성을 위해 컷오프 기준을 정해놓고, 개별건을 성실하게 보진 않죠. 한 달에 몇백억, 몇천억 원을 취급하려면 현실적으로 볼 수가 없거든요. 그 과정에서 그레이존Grey-zone이 생기고, 소외당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특히 부동산의 경우 정책 제한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경매하면서 특히 그런 경우를 많이 봤는데, 금융기관들이 컷오프를 적용했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자꾸 안 좋은 쪽으로 내몰리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넓게 보면 누구든지 그런 위기가 인생에 한 번씩 찾아올 수 있는데, 위기가 한 번만 찾아와도 재기가 어렵게 돼버린다면 너무 가혹하잖아요.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자면, 담보가치가 충분한데 이 사람한테는 왜 안 될까? 그런 의문을 품게 됐어요. 같은 물건에 대해선 모든 이들이 동일한 기회를 받아야 하지 않나. 물론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에요.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잃으면 안 되니까,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결국 그 당시에 저는 회사를 위해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꼈고, 내가 업으로 삼을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자체가 나쁘거나 법적 문제가 있거나 떳떳하지 않은 일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고혈을 빼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더는 힘들겠다 싶어서 퇴사했어요. 단순히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일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러 회사를 찾기보다는 쉬면서 혼자 생각을 많이 했죠. 이런 저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준 아내에게 참 고마워요.

Grey-zone 없는 담보대출.

퇴사 후 생각을 정리하던 시기에 우연히 피플펀드에 관해 듣게 됐고,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어요.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글과 기사도 찾아봤죠. 제가 생각하던 보다 공평한 금융 기회에 가까운 모습이었어요. 징검다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대안 대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대출에는 기본적으로 조달 금리가 있잖아요. 자기자본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마진이 붙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죠. 이걸 누구에게 전가하나 보면 결국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요. 반면 피플펀드에서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는 구조니까, 플랫폼을 얼마나 잘 갖추느냐에 따라 조달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어요. 그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낮출 수 있는 거고요.

피플펀드에서 그레이존이 없는 형태의 담보대출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대윤 님과 2차 면접을 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 더 명확해졌고요. 인터뷰를 보고 나오면서 (합격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닌데) 앞으로 피플펀드 주택담보대출의 심사 방향에 대해 생각했어요.

먼저 담보를 보고, 컷오프 방식이 아니라 개별 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맥락을 읽자. CB 몇 등급 이하면 안 된다는 식이 아니라, 대출이 필요한 진짜 이유를 읽어내는 데 공을 들이는 거죠. 대출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는데,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을 많이 솎아낼 수 있거든요. 석연찮은 대출을 발라내면, 악의를 가진 사람들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은 어쩔 수 없이 대부업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지, 계획도 없고 절실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입사한 후 지금까지 저는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정말 꼼꼼하게 열심히 심사하고 있어요.

저는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대출자가 몸을 움츠렸다가 필 기회를 제공한다고 봐요. 물론 동시에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NPL로 넘겨서 리스크를 줄이고 있고요.

담보대출, 깊게 심사하는 이유.

몇 가지 지표만 보고 대출이 우량한지 판가름할 순 없어요. 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아도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고, 반대로 신용등급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다시 올라오는 것도 많이 봤거든요. 결국 신용등급은 완전 지표가 될 수 없는 거죠. 지표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어내기 위해서 다른 자료들을 통해 대출자의 이야기를 듣고 맥락을 파악해야 해요.

같은 지역이어도 가치가 다르고, 동일한 LTV여도 리스크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을 감안하고 심사하다 보니까 한 건을 보더라도 깊게 볼 수밖에 없죠. 아쉽게도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그 차이점을 확인하기 어려워요. 앞으로는 동일한 조건의 상품이어도 우리 회사에서 취급하는 대출이 더 안정성이 높고 우량하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잘 알려주고 싶어요.

대출 심사를 맡은 제가 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대출의 구조 때문이죠. 사실 처음 피플펀드에 합류한 뒤 제 머릿속 개념을 바꾸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전에 제가 일하던 곳은 대출이 필요한 만큼 줄 수 있는 자금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니까, 양쪽의 균형이 중요하더라고요.

입사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대출과 투자를 동시에 고려하여 일하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죠. 수익률과 리스크는 함께 움직이지만, 투자자와 대출자의 기준에서 바라는 점은 정반대에요. 투자자는 리스크 대비 최대 수익률을 원하고, 대출자는 리스크 대비 최저 금리를 원하죠. 우리 입장에서는 그 밸런스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담보대출은 담보의 형태가 너무 다르다 보니 신용대출처럼 구조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심사하면서 쌓은 노하우나 관점을 평가 모형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에요. 아직은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핀테크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면, 결국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것들이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거죠. 우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늘어날 수 있도록,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 있도록.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때에 따라서 LTV 100까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거죠.

결국 심사자의 역량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대체되어 오랫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고 점차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모델과 심사프로세스를 개선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은 대출자에게 좋은 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살리는 금융을 꿈꾸다.

피플펀드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 빠른 속도였어요. 오늘 얘기한 건 오늘 해야 하고, 모두 그게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열심히 하더라고요. 모두들 공통의 가치와 방향성을 갖고 형성된 집단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주도적으로 일하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없잖아요. 저도 다른 팀원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죠. 그렇게 전염을 시키는 게 또 신기했어요.

입사 후 제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담보대출 부분의 심사기준을 통일하는 일이었어요. 금융회사는 돈을 다루는 곳이니까 명확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의사결정과정도 그렇고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후대응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가 필요하죠. 다소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요소들도 생기겠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타협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더욱 집중하고 싶은 부분도 리스크 관리 부분이에요. 지금까지는 새로운 대출을 만드는 단계에서 심사에 온 힘을 다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가 이미 취급한 건도 면밀히 분석하려고 해요. 그것을 바탕으로 혹시나 발생할 지 모르는 리스크를 사전에 대응하고, 향후 사전심사 과정에도 반영할 계획이죠.

저는 사람 살리는 금융을 하고 싶어요. 전에 채권관리를 하면서 금융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재기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몇천 만원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삶이 바뀔 수 있는 돈일지도 몰라요. 피플펀드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느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자신 있게 ‘다녀올게’ 인사할 수 있는. 전에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그런 마음이 없었거든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앞으로 아이들이 살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떳떳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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