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P2P금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하 ‘온투법’) 시행령안이 오늘(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습니다. 이제 온투법이 오는 27일 시행됨에 따라 P2P 금융은 새로운 제도권 금융업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국내에 17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금융업법, 세계 최초의 P2P법이라는 경사를 맞았지만, 법 시행을 목전에 둔 현재 업계는 각종 사건 사고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업계 내외부에서는 온투법 시행을 통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P2P금융이 법의 기존 취지대로 중금리 대출 확대 및 대안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예고된 “먹튀”는 여전히 많고 업권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선도 팽배합니다.

과연 누가 ‘옥’이 되고 누가 ‘석’이 될까요. P2P가 제도권 금융으로써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그 힌트를 얻기 위해 해외 사례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옥’이 된 미국의 P2P

현재 전 세계에서 P2P 금융이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일부 SME 대출(중소기업 대출)과 핵심 섹터인 소비자금융(개인신용대출, 학자금대출)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취급액이 연평균 성장률 100%를 넘는 등 업계는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섹터별로 1~3개의 우량 업체 중심으로 확실히 재편되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미국 개인신용대출 시장 안에서 P2P 등 핀테크 렌딩 비중이 잔액 기준으로 2003년 5%에서 2018년 무려 38%까지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개인신용대출 시장 내 P2P의 비중이 0%대에 머물러있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성과입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사실은 이들 기업들의 고객 중 Prime, Near Prime 등급, 즉 우리나라 중신용자에 해당하는 고객이 전체 취급 규모에서 61%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 내에서 은행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중신용자들에게 P2P 등 핀테크가 확실한 대안 금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석’이 된 중국의 P2P

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00% 이상 성장하며 당시 전 세계 P2P금융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중국의 P2P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15년 peak 시기에 3,500개를 넘어섰던 P2P 업체의 수는 2016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감소하여 2019년 9월 기준으로 peak 대비 10%대 수준에 불과한 646개로 줄어들었습니다.  P2P금융의 취급액 역시 이에 비례하여 급감하였습니다.

중국 P2P 시장의 침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각종 금융 사건 사고였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2015년 7월 은행감독위원회를 P2P 관련 감독 당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 12월,  Ezubao사가 P2P 역사상 최대 규모 ($7.6B, 한화로 약 9조 원)의 대출 사기를 일으키며 약 90만 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2016년 8월 ‘대출정보 중개기구 업무활동 관리 시행방안’이라는 규제안을 통해 업체 등록 요건 강화, 업무 범위 제한, 고객 자금 분리 등 규제를 강화합니다. 이때부터 불량업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상환 불능, 경찰 조사, 폐업 등과 같은 문제 업체의 수가 2013년 100개 미만에서 2015년 1,500개 이상, 2016년 3,000개 이상, 2018년 약 4,000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2019년 하반기 모든 P2P업체에 2년 이내에 철수 혹은 소규모 대출회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P2P 업권의 폐지를 선언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의 P2P vs. 중국의 P2P, 성패 가른 결정적 차이는?

2015년  싱가폴에서 열린 ‘Digital Banking Conference’에서 CEIBS (the 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에서 교수로 역임하고 있는 Meng Rui 박사는 “중국의 P2P”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발표자료에서 Meng Rui 박사는 미국의 P2P와 대비하여 중국의 P2P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업계가 성장하는 시점에 적절한 정부 규제가 부족했던 점,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의 범람, 중소기업 대출의 높은 비중, 신용평가 시스템의 부재 등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여기서 Meng Rui 박사가 주목한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는 P2P 업체들의 사업 구조였습니다. “Information Platform”, 즉 투자자와 대출자를 정보로 연결하고 자금의 흐름에서는 P2P 업체가 절연되는 미국의 모델에 대비하여, 중국의 P2P 대출 구조는 “Capital Pool”, 즉 P2P 업체가 자금의 흐름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 고객 자금 보호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여신을 진행하는 P2P의 구조상, P2P 금융은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의 불신, 특히 보수적인 대형 기관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P2P의 구조적 리스크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미국과 그렇지 못했던 중국, 이는 두 나라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미국 대세 P2P 업체, ‘파트너뱅크’로 구조적 안정성 취해

이와 같은 P2P의 구조적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 미국의 주요 P2P 업체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파트너뱅크’ 모델이었습니다. 실제로 S&P Global에서 발간한 ‘2018 US Digital Lending Market Report’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P2P사들이 대부분 기존 제도권 은행을 파트너뱅크로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뱅크’ 모델이란, 핀테크 기업이 은행과 시스템적으로 연결되어, 은행의 라이센스를 활용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은행을 통해 모든 자금흐름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선진 모델입니다. 제3자인 은행이 “공증인”의 역할을 한다고 하여 미국 현지에서는 흔히 “Notary Model”이라고 부릅니다.

파트너뱅크 모델에서 은행은 단순하게 자금관리를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는 한편, 대출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출자의 실체를 파악하는 등 관리, 감독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 P2P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사건 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모델입니다.

미국은 정부의 적절한 규제 시행과 더불어 이런 구조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관련 사건 사고를 최소화하였고, 이는 보수적인 대형 기관들의 투자로까지 이어지며 업계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한국P2P와 파트너뱅크

이처럼 구조적 안정성을 갖춘 금융 모델은 P2P 금융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현재 국내에서 파트너뱅크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건 피플펀드가 유일합니다. 피플펀드는 1년 4개월에 걸친 은행 및 금융당국과의 협의 끝에 2016년 6월 국내 최초로 파트너뱅크 모델을 구현하였습니다. 

피플펀드의 파트너뱅크 모델은 대출자에게는 제도권 금융을 공급해주는 한편, 은행을 통한 관리 감독을 통해 투자자들을 각종 사건 사고로부터 원천적으로 절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안정성은 작년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형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온투업 시행을 앞두고 한국의 P2P는 성장과 쇠락, 혹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중국 P2P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사건 사고를 방지하여 업권 전반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선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제도권 은행 등 보다 검증된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미국의 파트너뱅크 모델과 같이, P2P의 구조적 리스크를 보다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당국과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