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모르게 당신의 ‘신용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작년 말, 금융위원회는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 세부안을 확정하며 2019년부터 기존 1~10등급 중심의 신용등급제를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가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가 촉발한 신용등급 무료조회 시대가 가속화된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나의 신용에 점수가 매겨지고 있었다니 기분이 살짝 나빠집니다. 조회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등급이 나와 좀 더 기분이 나빠집니다. 하지만 이내 무덤덤해집니다. 지금도 그렇고 향후에도 신용점수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대출금리는 성적순

신용점수, 누가 매기고 있을까요? 현재 국내에서는 CB사(신용조회회사) 두 곳 ‘나이스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의 모든 경제활동 인구의 금융정보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발표합니다.

출처 : 코리아크레딧뷰로(KCB)

2010년에 KCB는 신용등급별로 부담하고 있는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대출금리는 성적순이다.” 1등급의 평균 금리인 6.12%에 비해 4등급은 그의 2배 수준인 12.24%를 부담해야 합니다. 6~7등급의 금리는 1등급의 3배에 육박하는 18% 수준입니다. 즉, 같은 돈을 빌려도 신용등급에 따라 수배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죠.


똑같이 돈을 빌렸는데 나만 천만원을 더 낸다면?

아직도 남의 일처럼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실질적인 상황을 그려보겠습니다.

2016년 한국신용정보원은 1,800만 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의 생애 주기에 따른 대출 행태를 분석했습니다.

출처: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16.11),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분석 (2016.10)

그 결과에 따르면 19세에서 35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대출 보유율이 10%에서 55%로, 인당 대출 평균 잔액이 450만 원에서 6,780만 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 주택 마련 등 인생에서 목돈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바로 그때이기 때문입니다.

평균 대출금리(표1): 등급별 각각 6.12%, 12.24%, 19.75% 기준 / 대출 평균 잔액(표2): 연령별 각각 450만원, 6,780만원, 7,876만원

35세의 평균 수준인 6,780만 원의 대출 잔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 금리를 활용하여 이 사람이 한 해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1등급이라면 410만 원 수준에 불과할 이자비용이 4등급이 되면 830만 원으로, 7등급이 되면 1,000만 원 가까이 올라간 1,390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대출이라는 변수가 들어가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집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에서는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이라는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한 복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고 연 이자율은 2%대입니다.

복지 대출의 경우 금융권보다 신용등급에 대한 제약이 훨씬 적은 건 사실이지만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승인 자체가 거부될 수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의 안내에 따르면 디딤돌대출의 경우 NICE 등급이 9등급보다 낮은 사람과 신용유의(구 신용불량) 정보를 보유한 사람은 제외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부여한 권리를 스스로 차버리고 고금리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는 것이죠.


남 얘기 같지만 당신에게 곧 닥칠 이야기

그간 신용등급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고 느꼈다면 이유는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아직 목돈을 대출받을만한 상황이 없었거나, 아니면 내가 내는 금리가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나는 평생 대출받을 일이 없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신용등급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은 3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보유하고 있는, 오늘은 남의 이야기였지만 당장 내일에는 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차량 구매, 결혼, 출산, 주택 구매 등 목돈이 필요해지는 삶의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급하게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은행 담당자에게 대출 거절을 통지받고 후회해 봐도 그땐 이미 늦었을지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신용등급을 관리하시기를 권합니다.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다면?

상기 내용은  2019년 2월 26일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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