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해 피플펀드 개인신용대출그룹 전략팀

이전 글에서 P2P 투자를 결정할 때 1) 업체의 전반적인 현황과 2) 상품군별 리스크 관리 역량 파악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두 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와 이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업체의 규모와 성장성 파악을 위한 지표

누적 취급액과 대출잔액(투자 잔액)

간단 개념 정리

[1] 누적 취급액

‘누적 대출금액’이라 불리기도 하는 누적 취급액은 현재까지 P2P 플랫폼이 취급한 대출의 총금액입니다. 취급액은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대출 원금의 총규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P2P 플랫폼의 성격상, 대출금은 투자금과 같으므로 누적 취급액을 총 투자모집금으로 이해하여도 무방합니다. 

누적 취급액 다이어그램

[2] 대출잔액 (투자 잔액)

대출잔액은 취급액 중 이미 투자자에게 상환된 부분을 제외하고 미래에 상환이 예정된 대출의 잔액입니다. 이 또한 상환 예정인 이자 부분은 포함되지 아니하고 원금만을 고려한 수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대출잔액은 전체 취급액 중에 아직 상환되지 않은 투자금 잔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르게 말하면, 대출 잔액은 업체가 현재 실질적으로 관리 중인 채권의 금액인 동시에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원금 잔액분이죠.

대출 잔액 다이어그램

취급액이 크면 좋은 업체? 대출 잔액도 함께 확인하자! 

많은 분이 업체의 규모를 파악하는 지표로 취급액을 많이 보시는데요. 투자자는 반드시 취급액뿐만 아니라 대출 잔액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 잔액이 중요한 이유는 P2P 업체의 활동성을 파악하는데 유의미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상의 P2P 업체 ‘A’의 취급액이 아래와 같다고 가정해봅시다. 

P2P 투자 회사 사례 1

A 업체의 취급액은 한 달 새 200억 원이나 증가했네요. 단일 지표로 보았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대출 잔액 지표도 함께 보니, 아래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고 하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P2P 투자 회사 사례 2

취급액은 늘어났지만, 대출 잔액은 전월과 동일한 500억 원으로 유지되었네요. 이와 같이 전월 대비 취급액은 많이 증가했지만 대출 잔액의 변동이 없다면, A 업체의 취급액 증가 요인은 신규 대출이 아니라 단순히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과거 대출 건의 연장 처리가 200억 원 규모가 되면서 취급액이 그만큼 늘어난 것일 뿐,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채권은 증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물론 또 다른 가정으로 업체 A가 신규 대출을 늘렸으나, 같은 기간에 기존 대출 상환이 200억 수준으로 이루어져 대출잔액 변동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관리하는 대출 잔액이 변동 없이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회사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취급액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취급액이 어떤 요소로 구성되었는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대출의 종류가 신규인가 혹은 기존 대출의 연장인가에 따라 업체의 성장성, 활동성을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죠. 

리스크 관리 역량 파악을 위한 지표

연체액, 매각 잔액, 손실액 

간단 개념 정리

[3] 연체액 & 연체율

대출과 투자를 잇는 P2P 금융의 특성상, 대출금이 잘 상환되면 투자자는 투자 원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이 상환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겠죠. 따라서 P2P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연체, 즉 대출금에 대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모든 P2P 회사에서는 연체율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업체마다 공시 기준이 조금씩 달랐으나 금융감독원의 P2P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든 P2P 업체의 연체율은 원금 또는 이자가 30일 이상 연체된 대출 잔액(연체액)을 총 대출잔액으로 나눈 금액(연체액/대출잔액)으로 산출됩니다.

연체 총액 다이어그램

[4] 매각 잔액 & 회수율

연체 채권 중에서 정상 상태로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는 대출 건은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NPL(Non-Performing Loan) 매입업체에 일정 금액(매각 대금)을 받고 매각을 하게 됩니다. 이때 매각한 채권의 상환되지 않은 잔여 금액을 매각잔액(또는 ‘매각채권 잔액’)이라고 하며, 회수율은 매각 잔액 중 매각대금으로 투자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비중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 상품의 투자금이 10억이었는데, 이 대출이 장기 연체 등으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P2P 금융회사가 매각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가정합니다. 만약 NPL 업체는 채권의 매입대금을 4억으로 평가했다면, 이 경우 매각 잔액은 10억이고 회수율은 40%(4억/10억)가 되는 것입니다. 

P2P 금융회사를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매각하여 부실채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출의 영역에서 부실 채권의 발생은 필연적입니다. 모든 금융회사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것도 분명 문제입니다. 이는 결국 투자자의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따라서 투자자는 금융회사의 부실 채권 관리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뛰어난 업체일수록 부실 채권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잘 관리하고 있을 테니까요.

매각잔액 다이어그램

[5] 손실액 & 손실률

간혹 공시지표에 손실액과 손실률을 공개하는 업체가 있고, 이를 판단지표로 삼기도 합니다. 손실액은 매각 잔액에서 매각 대금으로 회수한 금액을 차감한 수치로, 투자자의 확정적 손실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유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매각하여 상계 처리한, 즉 확정적 손실로 처리한 채권의 원금이 10억이고, 이 중에서 4억을 회수했다고 하면 매각 잔액 10억, 손실액 6억, 회수율이 40%가 되는 것입니다.  

손실률은 전체 투자총액(즉, 누적 취급액) 대비 손실액의 비중으로 투자자가 투자한 투자원금 중 얼마만큼 회수 불가한 상태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공시 기준의 손실액과 손실률에는 현재 연체 중인 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체 중인 대출은 대부분의 경우, 잠재적 손실로 판단해야 하지만 손실액과 손실률에서는 이러한 점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는 반드시 연체와 매각 현황을 반영한 실제 손실률을 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실액: 손실액은 매각잔액에서 매각대금으로 회수한 금액을 차감한 수치

연체율만 보면 투자 리스크를 다 알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가 P2P 업체를 결정할 때 단순히 연체율만을 보고 투자 리스크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물론 연체액 및 연체율은 투자 판단에 가장 기초가 되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연체율이라는 단일 지표만으로 리스크 평가 역량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연체액의 기준 때문입니다.

연체액은 P2P 업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연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표에서는 매각을 진행한 연체 대출의 잔액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투자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취급액이 똑같이 1,000억 원인 A와 B 업체의 연체율은 각각 1%, 5%입니다. 그렇다면 A 업체가 B 업체보다 대출(투자상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연체액만으로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체액은 부실채권의 매각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실질적인 연체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연체율과 더불어 매각 잔액, 손실액을 함께 봐야 합니다.  

아래는 A, B라는 가상의 P2P 금융회사의 track record입니다. 아래의 지표를 기준으로 실제 손실 규모가 어떠한지 구해보겠습니다. 

P2P 투자 회사 사례 3

단순히 연체율만 봤을 때는 A가 더 낮아 보였으나, 매각 잔액과 회수율을 보니 B가 오히려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하죠.

도대체 실제 손실률은 얼마일까요? 구해보니 아래와 같은 값이 나왔습니다.                                          

매각 잔액과 연체 규모를 합하니 A, B는 각각 105억, 35억 원 수준이었고, 오히려 A의 부실 규모가 B보다 70억 원 정도 더 컸습니다.

과거 회수율을 기준으로 확정 회수금과 연체 채권의 예상 회수금을 산출해보니, 예상 회수 규모는 A, B 각각 21억, 28억 원으로 부실 규모가 A보다 B가 더 크지만, 오히려 회수 규모는 7억 가량 적습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A, B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는 취급액 기준 각각 8.4%, 0.7%의 손실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투자, 비교하고 또 비교하자

자, 이제 실제 손실률을 예상할 때 하나의 지표만 살펴보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아시겠죠?!

그렇다면 또 한 가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위의 A 업체의 실제 손실률 8.4%는 높은 수치일까요, 낮은 수치일까요? B 업체의 0.7%는 어떠한가요?

산출한 지표를 단순 비교해 보면 당연히 A 업체의 상품이 더 위험하고, 수익도 높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들 텐데요.

하지만 아래의 예시를 보면 어떤가요? 실제로 8.4%의 손실을 기록하였더라도 투자상품의 금리가 15.2%를 상회한다면 투자자는 6.8% 수준의 투자수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P2P 투자 회사 사례 5

B 업체 역시 추정 손실률로만 보면 굉장히 안정적인 상품을 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 상품 금리를 고려하면 예상 수익률은 A 업체의 상품과 같습니다. 

위의 예시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투자 상품 선정에 절대적인 지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것입니다. 마법의 공식을 기대하셨던 분들이라면 분명히 실망하시겠지만요. 

현명한 투자자라면 투자 업체와 상품의 리스크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투자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실적 지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본인이 관심 있는 P2P 회사의 투자 상품의 현황 파악 및 타 업체와의 손실률, 예상 수익률 등 다양한 요소들을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희 피플펀드도 투자자분들이 이러한 고민 없이 믿고 투자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