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본사의 PM들이 피플펀드를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구글은 매년 자사 직원들을 위해, 하나의 국가를 선정하고 현지의 유망한 테크 기업들을 방문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국가는 한국. 2박 3일의 짧은 일정 속에 우리 피플펀드를 방문했는데요.
16층 라운지에서 피플러들과 구글러들은 서로의 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피플펀드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적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논의했죠.
두 시간의 세션에 걸쳐 우리가 발견한 것은, ‘생각의 시너지를 확장하는 법’이었습니다.
구글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피플펀드의 ‘생각’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낯선 자극과 사고의 확장, 그 설레는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피플펀드는 이런 일을 합니다
세션의 시작을 알린 것은 대윤님의 발표였습니다. 구글러들에게 피플펀드의 미션과 국내 금융 이슈를 해결해 온 과정을 소개하는 한편, 곧 이어질 케이스 스터디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는데요.

구글 본사가 자리한 미국에도 업스타트(Upstart), 소파이(SoFi) 등 온투업과 유사한 모델로 운영되는 P2P 산업군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플펀드는 한국 금융의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탄생한 비즈니스이기에, 그 특수성을 함께 전달할 필요가 있었죠.
따라서 발표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특수한 역사, 즉 세 차례의 금융위기와 신용사회로의 이행, 고질적 금리단층, 강력한 금융규제 등의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소개된 피플펀드의 미션과 역량은 구글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시리즈 C로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잖아요. 막상 와서 확인하니 예상보다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데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팀원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겨준 것 같았어요.
클라이언트그룹 자올님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소개 뒤에는 그룹을 나눠 피플펀드의 비즈니스 케이스에 관해 토의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다뤄볼 케이스로는 피플펀드가 정말로 최근 주력하고 있는 사업적 고민점을 공유했는데요. 이 글에서 다 공개할 순 없지만(찡긋), 머지않아 공개될 피플펀드의 새 서비스와 관련된 주제였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플펀드의 프로덕트 그룹에서는 약 일주일에 걸쳐 케이스 발제를 심도 있게 기획했습니다. 과제를 마주하는 구글 PM들의 시각과 접근 방식으로부터 의미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고민 지점과 그 배경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각기 독창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떤 유익한 솔루션이 나올지도 기대됐고요.
프로덕트그룹 환준님
저희가 겪고 있는 진짜 문제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후 토론을 통해서 저희 PO분들도 그들로부터 새로운 시각들을 전달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동현님
완성되지 않은 생각의 표현
토의가 진행되는 45분은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피플펀드의 비즈니스가 익숙하지 않은 구글러들이 케이스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쉬지 않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죠. 질문을 받은 피플러들도 열성을 다해 대답했고요.
한국의 금융시장과 대출 환경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주저 없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문화적인 특성을 많이 실감했다고 하는데요. 그 가운데 피플러들에게 유용할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모델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궁금한 게 있어도 ‘바보같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묻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들을 보며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모두가 좀 가볍게 생각하고 소통하면, 회사 팀 내에서도 서로의 입장이 훨씬 잘 얼라인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문화로 가져오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동현님

오간 대화들 속에서 피플러들은 의견이 ‘완벽하지 않아도’, ‘정통적이지 않아도’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일단 표현부터 해보는 구글러들의 ‘가벼운(light) 커뮤니케이션’ 습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죠.
완벽한 생각이 아니라도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캐주얼하게 공유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저를 포함해서 한국에서는 대체로 아이디어가 완전체 수준까지 구체화된 다음 말을 꺼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디자인팀 혜정님
틀에 박히지 않은 해결책들을 거침없이 제시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자칫 이상해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프로덕트그룹 환준님

손으로 그려 만든 피피티 슬라이드
토의한 내용을 발표할 시간. 발표 직전까지 열띤 대화를 나누느라 준비할 시간이 따로 없었지만, 막상 발표가 시작되자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는데요.
즉석에서 발표자로 정해진 Anna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A4용지를 집어들더니 ‘우리 조가 준비한 발표 슬라이드’라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이 슬라이드는 조금 전 토의를 하던 중, 같은 조의 Megan이 대화 내용을 정리하며 손으로 슥슥 그려낸 것이었죠.

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유창하게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성장 배경과 교육문화적인 차이도 곱씹어보게 되었는데요. ‘가벼운 커뮤니케이션’의 이점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준비 시간이 거의 없고 발표자가 즉흥으로 정해졌는데도 종이를 들고 청산유수로 발표를 하더라고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연습이 많이 되어 있고, 그런 시도를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환준님
준비된 자료 없이도 그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써서 발표하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다른 회사에 와서까지 거리낌없이 그런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커뮤니케이션을 가볍게 만들어서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게 하는 문화가 사내에 잘 정착돼 있다는 증거로 보였거든요.
프로덕트그룹 동현님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각은 일종의 습관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서야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이게 당연한 것만은 아니구나’가 명확해지곤 하죠. 구글러들과의 만남을 통해 피플러들도 스스로가 가진 강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구글러들은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가 새롭지만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방식이 산발적이었습니다. Out-of-the-box thinking이라고 하죠. 한편 우리 피플러들은 in-the-box 사고방식에 익숙하지만 체계적으로 생각해요. 구조화된 사고로 접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환준님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함께 섞여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 회사 분들이 사고의 속도나 깊이가 그들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더라고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무림님
구글과의 이런 교류는 생각의 폭을 넓혀, 피플펀드의 제품 역량을 확장하는 데에도 큰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제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조직과의 교류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우리의 한계에 스스로 갇히지 않으려면 새로운 조직과의 상호작용이 늘 필요합니다. 문제를 푸는 방식이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 그걸 통해 나온 성과 등에 대해 참고할 모델을 늘려 가는 거죠. 세계 최대 테크 회사와의 교류는 동기부여 측면에서뿐 아니라 실질적 역량강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커요.
프로덕트그룹 무림님
문화로서 통용되는 사고방식은 경험과 습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문화적 유산을 축적하는 일의 중요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린 아주 실험적이고, 실패에 관대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가졌어’라고 직접 입으로 말하는 걸 보고, 긴 시간에 걸쳐 내부적으로 좋은 문화적 유산이 쌓여 왔다는 것을 느꼈어요. 뻔한 말 같아도 실제와 다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비록 그 근간을 다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그 자체로 유익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프로덕트그룹 동현님
피플펀드x구글, 생각의 인커전(incursion)
우리 삶의 경험은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때문에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기존에 굳어져 있던 생각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아는 세상이 넓어지고 우리는 성장하죠.
조금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며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 사고의 차이를 넘나들며 대화를 나누고 나니 ‘완전히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체가 되어 자리잡습니다. 피플러와 구글러의 만남은 어쩌면 아주 다른 두 세상의 만남, ‘인커전(incursion)’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edited by Hayoung
researched & interviewed by Jiwoo
photographed by Hyunki
피플펀드에서 새로운 세상과 부딪혀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