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거절이에요?”

테스트를 위해 소수 표본으로 진행했던 대출심사 결과였습니다. 심사기준을 강화한 직후이긴 했지만, 충분히 통과될 거라 예상했던 케이스들 대다수가 대출 승인을 받지 못했죠. 심지어 자신의 정보로 실험해본 몇몇 피플펀드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20대였다는 것.

한국에서 신용 이력이 짧은 ‘씬파일러(thin-filer)’가 대출 거절의 문턱에 가로막히는 것이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인 20대는 신용 이력의 부족으로 대출을 거절당하기 일쑤죠. 모든 사람을 한 줄로 세워 비교하는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십수 년간 경력을 쌓으며 기록을 축적해 온 3~40대에 비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죠. 이미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한 경력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볼 이유가 있을까요? 20대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평가 방법이 마련된다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20대만을 위한 신용평가 분석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대 전용 모델의 탄생

은애님은 5년차 데이터분석가입니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경험을 쌓은 뒤 2년 전 피플펀드에 합류했죠. 온투업이 된 피플펀드가 신용평가 전략들을 실험하던 시기에 20대에 대한 대출이 계속 거절되는 것을 보고, ‘우리 20대 뭐 문제 있어?’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피플펀드로 유입되는 고객 4명 중 1명이 20대라는 것을 확인하고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팀에서도 문제의식에 공감해서 힘을 실어줬고요. 그룹장 재균님은 분석의 내러티브를 오롯이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보라고도 제안해주셨죠.

플랫폼사업그룹 정은애님

플랫폼사업그룹장 재균님도 은애님의 분석이 꼭 결실을 맺도록 돕고 싶었다고 합니다. 20대 신용의 저평가는 국내 신용평가업 전체가 관행적으로 갖고 있던 약점이었던 데다, 피플펀드의 존재 이유와도 직접 닿아 있는 주제였기 때문인데요.

20대 자체가 신용대출시장에서 메인 고객군으로 대우받지 못하니 문제제기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아 왔거든요. 우리가 피플펀드에서 정말 더 좋은 신용평가를 하고자 한다면 바로 그 관성들에 도전하는 질문이 많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도전과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봐 온 은애님은 정신적 체력이 강한 분이라 지난한 분석의 과정을 버텨낼 거란 믿음이 있기도 했고요. (재균)

길고 지난한 분석의 결실

분석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대출시장에서 20대가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한 다음, 금리 산출에 쓰이는 변수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밀도 높은 여정이었는데요.

20대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변수를 찾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50개가량의 변수들을 하나씩 뜯어보면서 각각에 대해 산점도를 그렸어요. 변수 하나를 찾으면 그걸 제거했을 때의 효과를 알기 위해 금리한도를 재산출해 분석했죠.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간 게 없었어요.

매주 보고서를 업데이트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며, ‘정확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분석’이 되도록 재균님도 가까이서 힘썼다고 합니다.

분석이 개연성과 완성도를 갖춘 채 완결되려면 분석자가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해요. 관련성이 떨어지는 변수들은 아까워도 과감히 포기해야 하고요. 게다가 가설이 기존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내용일 경우 유효한 데이터를 발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죠.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설설정부터 해결책 도출까지 꽤 큰 사이클을 밟아야 했기 때문에, 저도 사수로서 분석 단계단계에서 꽤 높은 수준을 주문했던 것 같아요. (재균)

분석이 진전될수록 기존 20대들의 신용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었다는 결론이 점점 명확해졌습니다. 20대 중에도 분명 충분한 상환능력과 의지를 갖춘 고객이 더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이들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대를 위한 평가모델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는데요.

분석을 하다 보니 그 결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수단이 모델링이겠더라고요. 그래서 20대 모델을 만들게 된 거고요. 처음부터 모델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라서, 저는 20대 전용 CSS에 대해 ‘내가 만든 모델’이라기보다는 ‘내 분석의 결과’라는 생각이 커요.

이후 모델링 팀과 매일 만나 변수 조합의 성능을 검증하고, 변수 하나를 수정해 또 검증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성능이 더 높아지지 않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모델이 완성됐죠.

나의 분석이 서비스로 이어지는 경험

당초 분석을 시작하던 은애님의 목표는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까지였습니다. 20대 신용평가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데이터에 기반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면, 회사 전체에도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분석 결과 만들어진 모델을 본 회사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이거 성과 좋은데요? 바로 심어봅시다.”

20대 전용 신용평가 모델이 충분한 예측력을 갖는다는 판단이 서자, 회사는 새 모델을 곧바로 적용해보자고 했습니다. 은애님의 모델이 처음 완성되고 나서 실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주.

빠르게 적용을 결정하는 결단력과 그 일을 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다는 데에 놀랐어요. 저는 5년차고, 그중 2년은 마케터였고, 어찌보면 ‘짬뽕 커리어’인 데다 모델링 팀도 아닌데, 그런 사람이 만든 모델을 보고 리더십이 ‘해볼 만하다’고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결정을 한다 해도 기술력이 부족했다면, 기존 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제 모델을 그렇게 빨리 시스템에 탑재할 수 없었을 거고요.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과정을 보면서, 은애님은 ‘내가 분석을 잘하면 실제로 서비스까지 빠르게 실행해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체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범적용부터 시작한 20대 전용 신용평가모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를 내기 시작했죠.

통계학도, 마케터, 데이터분석가

데이터분석가가 되기 전 은애님은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통계학도였던 은애님이 마케팅을 배운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고 하는데요.

첫 회사에 기획팀 인턴으로 지원했는데 마케팅 직무로 배치가 됐었어요. 잘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더 열정을 갖고 배웠죠. 당시 사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마케팅원론>을 일주일 만에 떼기도 했어요.

이후 은애님은 핀테크 F사에 마케터로 합류해 3년을 일했습니다. 시작은 마케터였지만 점차 전공을 살려 데이터분석 업무도 조금씩 맡게 되었죠. 성과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마케팅도 재미있었지만, 이내 숫자에서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데이터분석에 더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3년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고민이 시작됐는데요.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저는 점점 데이터분석에 집중해서 역량을 키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이 분산되고 있었으니까요. ‘내가 잘하고 싶은 것’과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일치하는 환경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로 고민이 한창이던 무렵, 피플펀드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F사에서 사수로 만나 함께 일했고 지금은 플랫폼사업그룹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재균님을 통해서였죠. 이후 정식 지원 과정을 거쳐, 은애님은 피플펀드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피플펀드에서도 나란히 앉아 함께 일하는 은애님과 재균님

피플펀드에서 일한다는 것

지금껏 잘 성장하고 있는 F사를 보며 아쉬움은 없을까요. 은애님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웃으면서도, 피플펀드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제가 경험한 이전 회사들은 기본 골격이 ‘연결 중심의 플랫폼’이었거든요. 유저와 회사를 이어주는 플랫폼 사업도 좋았지만, 연결을 넘어 그 자체의 상품이 있는 곳에서 일해 보고 싶었어요. 피플펀드는 금융회사니까 직접 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의 빈틈을 채울 수 있잖아요. 상품의 본질적인 측면에 제가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피플펀드의 성장과 저의 성장 방향이 일치하겠다고 판단했고요.

피플펀드에 합류한 지 2년째, 은애님은 여러 굵직한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원하던 대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피플펀드라는 환경 자체가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업무에 대해 독립성이 부여되는 만큼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요청하게 되고요. 특히 업무 요청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운 분을 만난 적이 없어요. 사람들과의 협업이 수월하니, 일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죠.

금융 데이터와 썸 타는 분석가

핀테크 커리어만 도합 5년. 데이터분석가로서 은애님에게 핀테크 도메인은, 도전적이면서도 계속해서 좋은 자극을 주는 분야입니다.

금융데이터는 숫자를 하나 틀리면 큰일나잖아요. 정합성 측면에서 굉장히 수준 높은 데이터를 보게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금융권 자체가 기존의 딱딱한 레거시가 잘 쌓여 있는 업계인데, 동시에 저희는 테크회사니까 그 데이터를 어떻게 유연하게 소화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요.

요즘 은애님은 데이터가 레고 쌓기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같은 블록이라도 누가 쌓느냐에 따라 집도 될 수 있고 차도 될 수 있듯, 데이터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분석자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분석가로서 폭넓은 역량과 시야를 갖출 필요성도 느낍니다.

저한테 데이터는 정말 너무너무 잘하고 싶은, 하지만 너무너무 어려운, 그래서 막 화도 나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에요. 처절한 짝사랑 같다고 할까요. 썸 타는 것 같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

앞으로의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은애님은 20대 전용 모델도, 곧 결실을 맺을 다른 프로젝트들도,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일단 좋아하는 일을 계속 찾아야 하고, 찾은 다음에도 열정적으로 꾸준히 발전시켜야 하잖아요. 피니시라인을 끊었다면 다시 스타트라인에 서서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일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좋아하는 걸 계속 찾아서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늘 성장하는 마음을 품은 채로 살고 싶어요.

처절한 짝사랑 같다면서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 욕심이 나는 만큼 괴로움도 느낀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은애님은 피플펀드에서의 매일을 진심을 다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치열한 목표도, 그 하루하루 속에 이미 이루어져 가고 있는 듯합니다.

edited by Hayoung
photographed by Hyunki


피플펀드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