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절벽 해소, 이번엔 성공할까?

바야흐로 중금리 춘추전국시대다. 긴 시간동안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던 금리 단층, 금리 절벽 문제가 드디어 해소될지 모두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사실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시장에 대한 도전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0~15% 금리대의 중, 저신용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셀렉트론이 높은 연체율로 공급이 중단되었던 사례가 있었고 2011년 4대 금융지주가 인수한 저축은행들도 취지와는 달리 시중은행들의 거절 고객을 소화하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는 인터넷 은행의 인가를 통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고자 하였으나, 현재까지는 그 성과가 미미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정부는 지난 4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어서 5월 17일에 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업자에 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중, 저신용자에게 실로 환영할 소식이다.

계획에 의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2023년 말까지 현재 10% 수준의 중,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며 토스뱅크는 44%를 목표로 하는 등, 실제 인터넷 은행들에게 ‘챌린저 뱅크’로 거듭나도록 주문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에도 규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중, 저신용자에게 더욱 좋은 조건의 대출을 내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한 바 있다.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 관건은 신용평가를 통한 리스크 관리

하지만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 규모를 갱신하고, 또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중,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경험이 제한적인 인터넷 은행들과 평균 금리가 16%를 넘어서는 저축은행들이 중, 저신용자 고객군을 늘리면서 예전 수준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과거 금융기관들의 중금리 시장 진출기를 복기해보면, 결국 필연적으로 높아지는 연체율과 부실률로 인하여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상품공급이 중단된 것도 결국 리스크관리 역량의 부재로 귀결된다.

결국 중, 저신용자에게 적합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성공적으로 규모 있게 공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평가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CSS (Credit Scoring System: 신용평가시스템)의 활용은 1985년도에 최초 도입된 이후로 98년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2003년 금융회사의 개인 신용위험의 평가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현재의 형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금융기관들 대다수가 신용평가를 업으로 하는 CB 사들에 신용평가모형을 외주로 제작하는 형태로 기성으로 제작된 솔루션을 구매하거나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을 맡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이는 인터넷 은행도 다르지 않다. 중, 저신용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의 핵심 성공 요인인 엔진과 같은 신용평가모형이 기관별로 크게 다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차별화된 중·저신용층 특화 신용평가 구축을 위한 필수 요소

그렇다면 중,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고성능 신용평가 인프라를 차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는 금융기관 고유의 차별적 데이터이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의 출현으로 이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금융 데이터는 공공재가 되었다. 이는 즉 4대 시중은행과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게 같은 데이터가 제공되게 된다는 것이다. 더 좋은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기관이 보유하지 않은 고유한, 그리고 부실률과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평가모형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둘째는 신용평가 모형 구축 역량의 내재화이다. 신용평가모형 구축은 높은 수준의 금융공학과 통계학 그리고 데이터 과학 역량이 필수인 영역이다. 또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함과 동시에 여신산업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평가모형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은 국내에도 손에 꼽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이종 데이터 활용과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창의력을 겸비한 핵심 인재를 보유하는 것은 선진적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에 필수조건이다. 이를 기반으로 천편일률적 CB사 아웃소싱 방식을 벗어나 자체적인 모형을 구축하고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필자가 이해하기론 인터넷 은행을 포함해 국내 제1금융권 중 100% 자체적으로 평가모형을 구축하고 있는 기관은 거의 없다.

셋째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다. 1980년대에 처음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이 도입된 후 국내 금융권의 신용평가 방식에는 사실 큰 변화가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에 고신용자와 기업 대출에 집중하며 보수적으로 운영한 은행권은 사실 신용평가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고, 고금리 대출에 주로 집중해온 제2금융권에는 신용평가시스템보다는 영업조직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세상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데이터가 새로운 통화가 되었고,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제 금융산업에서 필수가 되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기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비금융 데이터 및 비정형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귀분석과 같은 선형모델보다 딥러닝, XGboost와 같은 고도화된 비선형모델이 유리해 인공지능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기도 했다.

금융권은 이제 빠르게 자체 AI 인력 채용에 집중하고 획일화된 회귀 분석 모형을 넘어선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차세대 신용평가 기술 기반을 쌓기 시작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마케팅 홍보용이 아닌 본질적인 데이터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금융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를 기존 금융권이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일례로, 국내 최근 제도권에 편입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과 같은 형태의 미국의 핀테크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는 2012년에 창업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신용평가 모형 구축에 집중, 은행 대비 173% 향상된 승인율과 75% 감소한 부실률을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치를 보여주었고, 이를 기반으로 1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대출을 실행, 지금까지 12조 원 이상의 대출을 취급했다.

마지막으로는 자체 구축한 평가모형에 대한 빠른 실패의 경험이다. 대출의 우불량을 가르기 위해서는 불량을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불량의 경험 없이 불량을 더 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신기관들은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차세대 신용평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제된 환경 내에서 빠르게 테스트하고 불량 사례들을 경험을 통해 변별력이 더욱 뛰어난 변수와 기술을 선별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모델을 발전시켜야 비로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중, 저신용자에 특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심각한 금리 단층 현상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30년이 넘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한 여신기관은 없었다. 이번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을 보면서 정부의 노력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융기관들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변하였는지 보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중금리 대출과 중, 저신용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신용평가다.


본 콘텐츠의 원문은 2021년 8월 2일 한국금융신문에 기고한 칼럼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이사] 중금리 대출, 중요한 건 신용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