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정말,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포기하지 않는 조직이에요.

피플펀드를 소개해달라는 말에 민주님이 가장 먼저 내놓은 대답이었습니다.

생존을 향한 반짝거림이 가득한 곳이고요.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 시행 2년. 세상에 없던 금융을 제도권에 안착시키려는 노력 끝에, 온투법이 만들어지고 피플펀드가 첫 온투금융사로 등록된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민주님은 피플펀드의 준법감시인으로, 신생 법이 정착해오는 동안 ‘만나는 돌다리마다 수십 번씩 두드리며’ 길을 안내해 온 장본인인데요.

‘회사의 생존을 위해, 살아남아 정말 좋은 금융을 하기 위해’ 모두가 생사를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민주님에게, 피플펀드와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물었습니다.

민주님 약력
법무총괄이사(CLO) 겸 준법감시인 박민주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학사
–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 국민연금공단 준법지원실

나침반만 있고 지도는 없는 땅에서

피플펀드가 세상에 나온 2015년 당시 국내에는 아직 피플펀드의 비즈니스를 규정할 수 있는 법이 없었습니다. 피플펀드의 사업모델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20년 8월 이를 시행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였죠.

법이 도입되어 제도권금융에 편입된 뒤에도, 갓 생긴 온투업법의 규제 속에서 혁신의 꽃을 피워내는 과정은 몸으로 부딪치는 고군분투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존 금융산업의 규제에는 이미 수십 년간 쌓여 온 선례들이 있는 반면, 신생법인 온투업법에는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전무했기 때문인데요.

법률이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성을 알려준다면, 그 법률이 적용되어 온 선례들은 구체적인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어떤 법의 적용에 선례가 없다는 건 나침반만 있고 지도는 없는 상황과 같아요. 가야 할 방향은 알지만 전방의 시야가 보이지 않으니, 일일이 몸으로 부딪치며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죠. 불확실한 것 하나하나 당국에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고, 유권해석을 받아 확인하면서 우리가 선례들을 직접 만들어가는 거예요.

민주님의 사번은 62번. 사내변호사로 입사해 법무총괄이사(CLO)가 되고, 온투법 도입 이후에는 법이 요구하는 준법감시인의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육아휴직을 포함해 어느덧 5년에 이르는 시간을 피플펀드에서 보냈죠. 1호 온투금융사인 피플펀드의 초창기부터 대부분의 역사를 함께했으니, 온투법의 불모지에서 아직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부터 개척하며 걸어온 셈입니다.

2018년의 수정님(좌)과 민주님(우).

세상에 없던 길을 내는 변호사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는 법무와 다릅니다. 법무가 위법성을 판단하고 법률사고에 대처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면, 컴플라이언스에는 소비자 보호와 경영건전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일이 포함되죠.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물론이고, 위법 ‘가능성’이 있는 모호한 영역에서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대안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 보다 넓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CLO이자 준법감시인으로서 민주님의 결정에 기준이 되는 것은 ‘사업의 영속성에 기여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고객이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아무리 큰 회사라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퇴출당할 수 있어요. 금융업에서는 특히 더 엄격하고요. 작은 법률의견 하나, 그걸 추진하는 힘 하나하나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죠.

때문에 초기에 민주님의 목표는 피플펀드에서 법무그룹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언제든 궁금하거나 찝찝한 느낌이 들면 즉시 법무그룹에 물어보도록 독려하고, 신속하게 답변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죠.

구성원들이 법무그룹과의 관계를 친밀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뭐든 일이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미리 상의해서 안전하게 추진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고요. 당시 법무그룹 자리 옆에 질문을 하러 온 동료분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했어요. ‘원데이 원이슈예요’라며 거의 매일 법무그룹을 찾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분들 각자는 원데이 원이슈였겠지만 그런 분이 수십 명이었으니 저에겐 ‘원이슈’가 아니었죠. (웃음)

이 모든 노력의 목적은 고객을 보호하고 회사가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특유의 실험과 검증의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하면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사내에 컴플라이언스가 숨 쉬듯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포기하지 않는 조직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인 만큼, 피플펀드 안에서 민주님은 모두에게 깐깐하고 엄격한 감독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창의성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이 자리에서, 민주님은 놀랍도록 생명력 있는 혁신의 DNA를 목격해 왔다고 합니다.

누가 어떤 행동의 위험성에 대해 물어보면, 저는 법령과 최대한 관련이 있는 선례들을 찾아서 ‘이것 때문에 이런 리스크가 있어요’라고 답변을 드려요. 그러면 ‘그렇군요’ 하고 가셨다가 조금 뒤에 다시 오세요. ‘이 요건은 이렇게 하면 충족시킬 수 있고, 이 리스크는 이렇게 방어할 수 있으니, 그럼 이렇게 하면 안전하지 않을까요?’ 하시면서요. 거기에 제가 다시 답변을 드리면 또 가셨다가 새로운 방안을 찾아서 돌아오시죠. 이런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기도 해요.

본래 이루고자 했던 목표에 다가가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점검하는 일. 이 과정을 통해 말랑말랑했던 최초의 아이디어는 법적인 뼈대를 갖추며 점차 섬세하고 단단해져 갑니다.

법무그룹 동료들과 함께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나는 왜 진작 떠올려주지 못했을까 싶어 미안할 만큼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들이요. 그러다 진짜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금융, 해보지 않았던 업무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 일을 계속해서 해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피플펀드죠.

소비자의 편의와 피플펀드의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드는 혁신의 가치와, 피플펀드의 소비자와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타협할 수 없는 규제의 가치. 이 둘이 계속해서 부딪치며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치열한 논의 끝에 맺은 결실들은 피플펀드가 지나온 길에 선명한 자취로 남아 왔죠.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피플펀드가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거듭난 지금, 민주님은 이제 ‘컴플라이언스 2단계’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법무그룹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금융기관답게 각자가 담당하는 업무와 관련 규정을 두고 토론하는 부서로 성장할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누군가 법무그룹에 ‘저는 이 규정을 이렇게 해석하고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제 해석이 맞아요?’라고 물어 오시면, 거기에 대해 저희가 답변하면서 토론하는 관계가 되어야 해요. 각자의 업무와 관련 법령에 대해 심도 있게 숙지한 채 직접 의사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요.

법무그룹 동료들과 함께

이런 변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온투법에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도입될 땐 TF를 꾸려 ‘조문 강독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부서별로 차출된 인원과 함께 금소법을 한 줄씩 뜯어보며 공부하고, 법이 요구하는 것을 상품에 녹이는 작업이었습니다. 부서별 업무 범위에 따라 관련 법령과 규제를 추려 맞춤형 세션을 여는 ‘찾아가는 교육’도 1년에 걸쳐 진행했죠.

사고는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그때 우선순위는 고객과 직원들을 보호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모든 단계에서 우리의 의무와 도리를 확실하게 다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대출, 투자, 상환, 정산 등 각각의 업무에서 우리가 ‘의무를 다하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기준을 높여 가고 있어요. 그 일을 각 업무의 담당자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규제를 지키면, 규제도 우리를 지킨다

규제와의 씨름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민주님은 불편하고 힘든 측면도 있지만, 사실 규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금융이란 곧 금융상품을 사고파는 일인데, 그 금융상품이란 게 사실 종이에 적힌 약속에 불과하잖아요. 규제는 그 약속을 지키게 만드는 기반인 것 같아요. 약속을 지키지 못할 사람들까지 금융을 한다고 나서면 진지하게 금융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잖아요. 결국 규제가 우리를 보호하는 거죠.

금융 혁신의 최전방에서 촘촘한 규제와의 씨름을 이어가면서도, ‘우리가 지키는 그 규제가 결국 다시 우리를 지킨다’고 말하는 민주님. 고객을 보호하는 것이 곧 회사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믿기에 ‘쉽게 가기’보단 ‘바르게 가기’를 계속해서 선택합니다. 오늘도 그는 포기를 모르는 동료들과 함께 지도 없는 땅을 걸으며, 온투금융 컴플라이언스의 새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dited by Hayoung
photographed by Hyunki


지도 없는 땅에 길을 내는 일, 그 치열한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