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일에서 기쁨을 찾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입하며, 열정과 함께 빛나는 사람을 볼 때 ‘천직(天職)’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합니다.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건데요. 이런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굳세게 자리를 지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능력, 적성과 성향에 딱 맞는 일을 찾았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누구든 그런 일을 ‘찾기만’ 하면, 의지와 열정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걸까요?

태도가 천직을 만드는 것 같아요

피플펀드 대표 ‘워커홀릭’, 백엔드 개발자 상진님은 단호하게 태도가 먼저라고 말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개발을 시작해, 어느덧 10년 이상 개발과 함께하고 있는 그도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던 때가 분명 있었다고 하는데요.

긴 방황기를 극복해낸 비결에 대해 물으니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뤄내고 싶은 것’을 고민했다고 답합니다. 이어진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더 좋은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지난한 과정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하는 상진님에게 진정한 의미의 ‘천직’을 만들어낸 방법을 물었습니다.

ZeroToOne Team 박상진
–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웹프로그래밍과
–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
– 제19회 SW산업인의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ABLY)’, 블록체인 커뮤니티 ‘코박(Cobak)’에서 Backend 개발 담당

안녕하세요 상진님!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백엔드 개발자 박상진입니다. 피플펀드에는 2020년 합류해, 얼마 전 입사 3주년을 맞았는데요. 그동안 대출비교서비스, 재테크커뮤니티서비스, 주택담보대출 100% 비대면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백엔드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조직 개편 이후, 현재는 ZeroToOne Team에서 개발 리드를 담당하며,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할지에 관한 기획부터 시작해 백엔드 개발과 아키텍쳐 설계, 나아가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ZeroToOne’… 팀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팀인지 설명해주세요.

말 그대로 0부터 1까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1월 피플펀드가 새로 런칭한 무료신용관리앱 ‘크레딧플래닛’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어요.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직접 취급하는 피플펀드와 달리, 크레딧플래닛은 사용자가 건강한 신용관리를 통해 고신용자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금융 생활 전반을 돕는 앱인데요. AI신용평가 및 예측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신용상태를 분석해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보여주고, 그에 맞춰 개인화된 신용점수 상승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서비스 체험해보기)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0부터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더 많은 분들이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효익을 체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빠른 성장이 중요한 시기다 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입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크레딧플래닛의 빠른 성장이 눈에 띄어요. 기획 이후 한 달 반만에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런칭하고, 두 달만에 1만 8천 다운로드를 달성한 뒤, 지금도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해 나가고 있죠. 그 비결을 꼽자면요?

비결이라.. 뻔하지만 열정 넘치는 팀원들과, 정말 치열하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웃음)

3월 한 달은 회의실 하나를 통째로 빌려 ‘크레딧플래닛 워룸*’으로 명명하고, 한데 모여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몰입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팀원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방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빠르게 반영해 제품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은 마냥 즐거웠어요.

*워룸: 회의실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하나의 태스크에 집중하는 피플펀드만의 업무 방식

소규모 창업 조직처럼

여기엔 ‘오너십’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남의 것으로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열정을 다 하진 못하겠죠. 우스갯소리지만 저희는 팀원들끼리 각각 CEO, CPO, CTO 등 역할을 부여해서 일하고 있어요. 그중 제 역할은 CTO고요. (웃음) 창업팀 멤버로서 ‘내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로, 백엔드뿐만 아니라 프로덕트 전반에 기술적으로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오너십을 갖게 되면, 더 좋은 프로덕트를 위한 고민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요. 의견도 더 많아질테고요.

네, 하물며 마케팅 소재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는걸요. (웃음)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위해서라면 경계를 정해두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과거엔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API 개발 등 백엔드 위주로 개발하는 일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보다 시야를 넓혀 프로덕트 전반을 바라보고 있어요.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마케팅 지표 분석을 통해 고객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도 하고요. 가령, 앱을 설치하는 유저는 많은데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유저는 적다면, 어떤 장애물이 작용한 건지 분석해보기도 하는 거죠.

개발자마다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겠지만, 저는 보다 큰 그림을 읽을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누군가 제안하는 기획에 맞춰 코드만 짜는 개발자가 되고 싶진 않았죠.

나무만 보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명확해지니까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내가 심은 나무가 숲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며 나아가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개발 외적인 것에도 관여하며 프로덕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지금은 기획력이라든지, 고객지향적 사고라든지 다양한 관점에서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팀원분들께 상진님에 대해 여쭤봤는데요. ‘좋은 프로덕트와 고객 경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발자’, ‘건강보다 일이 먼저인 사람’, ‘귀감이 되는 동료’ 등… 좋은 말들만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어우, 감사하지만 너무 민망한데요. (웃음) 먼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저도 제 동료들을 똑같이 생각한단 거예요. 언급해주신 타이틀을 저 혼자 가져가면 동료들이 억울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혼자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잖아요. 실력적으로 뛰어나면서 최선을 다하기까지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치지 않고 계속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원동력을 고민해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것의 가치는 영원하지 않잖아요.
제가 만드는 제품의 가치는 영원할 거라 생각해요.

그런 생각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거칠게 말한다면 ‘코드는 어떻게 짜든 상관없다’고까지 생각해요. 결국 똑똑한 개발자라면 다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코드가 담고 있는 의미가 훨씬 중요하다 믿죠.

좋은 코드, 구조에 매달리는 시간을 아껴서 세상에 미칠 수 있는 변화를 더 생각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둘 다 공존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후자를 고를 거예요. 하루에도 수십 번 더 고민하죠. ‘어떤 걸 더해야 하지’, ‘어떤 걸 덜어야 할까’, ‘지금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치열하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전하고 싶다’, 더 나아가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에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성향이 그런 편이에요. 사소하겐 누가 힘들어하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우울해하면 웃게 만들고 싶어 하거든요. 일에 있어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어느 순간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개발을 한 지 꽤 오래됐어요. 중학교 때부터 개발을 시작해 IT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죠. 같은 걸 계속해오다 보니 점점 흥미가 떨어지고, 어떤 지루함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때, 방황을 좀 많이 했죠.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할 정도로요.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어요. 그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로, 현대 디지털 컴퓨터의 개념을 제안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인데요. 영화를 통해 그 업적을 스토리로 보니 마음에 와닿는 게 더 크더라고요.

앨런 튜링은 특히 암호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사 정보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기계를 만들어 전쟁을 2년 단축하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게 저에게 ‘일의 영향력’을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든, 그 일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의미, 영향력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단 걸 깨달았어요.

한 줄의 코드, 그 이상의 가치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단순히 코드를 쓰는 개발자가 아닌, ‘세상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 나아가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개발자’, 그런 꿈을 갖게 된 거예요.

그렇게 의미와 방향을 정하고 나니까 개발이 더 재밌어졌던 것 같아요. 예전엔 개발 그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서 흥미를 잃게 됐다면, 이제는 개발이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수단이 됐기 때문에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재밌게 일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상진님은 피플펀드에서 본인의 코드로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가요?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기술을 활용해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요. 대표적으로 충분히 상환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거나,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악순환되는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지금 제가 집중하는 ‘크레딧플래닛’ 서비스도 그 목표를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금융 시장은 대표적으로 소비자와 금융사 간 정보의 불균형이 심한 시장이잖아요. 피플펀드도 금융사지만, 보다 소비자 친화적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금융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크레딧플래닛을 통해 신용관리를 하고,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요.

지난 3년 동안 피플펀드에서 쌓은 도메인 지식, 기술적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들고 계신 것 같아요.

네, 정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사실 전 피플펀드에서 뼈 아픈 실패 경험이 있어요. 합류한 뒤 처음부터 애정으로 만들던 ‘리치톡’이라는 재테크커뮤니티서비스가 스타트업 빙하기를 맞아 지난해 말 종료를 맞이한 건데요. 거의 1년 반 이상 열정을 쏟아부었던 프로덕트였기에 상실감이 컸죠. 서비스 종료도 제가 직접 했거든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물이 한순간 사라져버린 거예요. 모래성을 열심히 쌓았는데, 갑자기 무너져버린 느낌.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어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해 끝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큰 고통을 느꼈죠. ‘정말 죽을 만큼 노력했나?’, ‘최선을 다한 게 맞나?’, ‘더 빛을 볼 수 있는 아이템과 기획을 내가 더 매력적으로 만들지 못한 건 아닐까?’ 많이 자책도 하고 후회도 했고요.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경험도 성장의 곡선에 있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여러 교훈들을 얻기도 했으니까요.

그때 깨달은 것들을 지금 크레딧플래닛에 쏟아붓고 있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열정을 다해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입니다.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겠습니다!

edited by Hoonjung
photographed by Hyunki


내 코드 한 줄로 국민 절반의 신용점수를 바꿀 수 있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