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입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채권의 연체 및 부실이 급상승함에 따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건데요.

‘서민금융 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비은행권, 인터넷은행 등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해 목적 달성을 꾀하자니 상대적으로 부실이 많아져 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자니 본래의 목적을 잃은 형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정말 이 상황이 딜레마가 맞을까요? ‘서민금융 공급’과 ‘건전성 관리’ 중 반드시 하나만 택해야 하는 걸까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피플펀드, 중저신용자를 위한 답을 찾다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을 표방하는 피플펀드. 우리는 ‘연체율 관리를 통한 취급 확대’의 개념을 추구합니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 개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고도화된 AI 기술인데요. AI 기술을 통해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잘 변별해낸다면 건전성 관리도 할 수 있을 뿐더러, 서민금융 공급에 대한 니즈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입니다.

피플펀드가 대출을 내어주는 대상은 우리 주변의 무수한 ‘보통 사람’, 소위 말해 ‘중저신용자’입니다. 이때 ‘보통이 아닌’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중저신용자의 신용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은 고신용자에 비해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보다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 건 물론이고, 그 정보에 어떤 가중치를 두어 차입자를 평가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첨단 AI 기술 활용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컴퓨터비전, NLP, 유전공학, 신호처리, 계량경제학을 비롯해 특히 딥러닝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용 정보를 다각도로 해석하는 건데요. 자체 개발한 AI신용평가시스템 하에 있는 140여개의 모델이 차입자의 신용리스크를 다면적으로 평가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형태입니다.

지난 8년간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투자의 결과로, 피플펀드는 CB사의 신용 점수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부실 가능성을 정밀하게 선별하는 역량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준에서 연체율을 관리할 수 있었죠.

시장이 우리의 기술력을 주목하다

애초에 이 기술은 온전히 우리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지 않고, 마땅한 차입자를 잘 변별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러나 기술을 뾰족하게 다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시장에 기술력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작년 말, 피플펀드의 AI 신용평가모델 성능을 검증해보고 싶다는 금융기관의 요청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작년 10월, A은행에 피플펀드 대출비교서비스를 영업하러 방문한 때였어요. 우리의 특장점으로 고위험 고객을 사전에 거르는 모델을 사용한다는 설명을 하던 중, A은행 부장님께서 “피플펀드가 모델 잘 만든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 모델을 우리가 직접 쓸 수는 없나?” 하고 물으셨죠.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사실 AI가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름에 따라, 금융권에서 AI 도입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AI 신용평가모델을 도입했다고 주창하는 금융기관의 수는 나날이 늘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고자 하는 핀테크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죠. 그런데,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통 신용평가모델을 잘 만든다고 하면 금융권 담당자들은 잘 믿지 않습니다. 이미 시장에 AI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많이 만나봤기 때문인데요. 모델을 잘 만든다고 해서 만나 검증을 진행했을 때 보통 두 가지 이유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첫째, 기술력 자체가 뛰어나지 않거나 둘째, 리스크 실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우죠. 결국 이러한 이유로 실제 업무에 적용 불가할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어렵사리 기회가 찾아온 만큼, 절대 놓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금융기관을 설득해내야 했어요. 두 가지를 주안점으로 뒀죠. ‘우리의 데이터가 아닌 금융기관의 데이터 기반으로 결과값을 도출해내자’, ‘담당자들이 모델의 성능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하자’

현장에서 검증 테스트를 진행하다

검증 방식에 대한 여러 논의를 거친 뒤 이듬해 1월, 드디어 검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리의 AI신용평가시스템에 금융기관의 대출 고객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넣고 연체와 회생 가능성을 예측해내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은 이미 그 고객의 결과값, 그러니까 연체와 회생 여부를 알고 있으니, 모델이 도출해낸 예측치가 그에 얼마나 근접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놀라웠습니다. 성능 테스트 결과, 피플펀드의 AI신용평가모델은 상대 금융기관이 보유한 신용평가모델 대비 연체율은 23.2~48.3% 낮추고, 개인회생고객은 42.5~75.1% 감소하는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쉽게 말해, 부실이 날 줄 모르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내어준 고객들을 우리의 모델이 잘 선별해낸 것입니다. 시장에 우리의 존재감이 우뚝 선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와 머신러닝 엔지니어들도 반신반의하던 상황이었어요. 기술력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이게 얼마만큼 월등한지 실제로 겨뤄 볼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검증 결과에 놀란 건 금융기관 담당자 뿐만이 아니라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웃음) 특히나 기존의 신용평가 방법론이 ‘개인회생’이라는 고위험 고객을 변별해내는 데에 취약했던 것에 비해 우리의 모델이 두드러지게 좋은 결과를 나타내자 다함께 그 결과에 놀라워했습니다.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입소문: 그렇게 영역을 넓혀가다

사업 가능성이 너무나도 명백히 보였습니다. 빠르게 파트너십을 확장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여러 금융기관들과 기술력 검증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성능을 검증하고 파트너십을 맺은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 우리를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B카드 사례를 들었다, 우리도 검증해 볼 수 있나” 같은 문의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앞서 언급했듯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기술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증명해 신뢰를 얻는 것, 그 모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금융업권 특성상 핀테크사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죠.

C캐피탈, D저축은행 등 초기에 논의를 진행했던 금융기관의 경우, 처음에 리스크 의사결정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우리를 설명하고, 한 번 자리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공을 들여야 했어요.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그러나, 몇 번의 성공 사례가 생겨나고 시장에 입소문이 퍼지며 우리를 온전히 믿지 않던 금융기관들이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거절했던 금융기관이 다시 찾는 경우도 생겨났죠.

E캐피탈은 국내 메이저 캐피탈사 중에 하나입니다. 두 차례 영업을 진행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두 차례나 거절 당하며 검증도 이뤄지지 못한 채 끝이 났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다른 금융기관들의 제휴 결과를 보고 믿음이 생겨 다시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F카드도 마찬가지 사례입니다. 처음에 경영진에 우리의 기술력 검증을 제안드렸을 때, 반신반의하셨죠. 그런데 다른 카드사의 사례를 접하시고는 실무자 미팅을 주선해주셨습니다.

Enterprise Unit Leader 재균님

금융기관의 든든한 리스크 관리 파트너, ‘에어팩’

파트너십에 힘 입어 제품화를 위한 과정도 거의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AI신용평가시스템을 중심으로 지난 8년간 쌓아왔던 금융 기술력을 패키징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어요.

그 이름은 ‘에어팩(AIRPACK)’, AI 리스크 솔루션 패키지(AI Risk Solution Package)의 약자로 고객을 리스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완충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검증이 올해 1월 이루어졌고, 2분기에 제품화되어, 3분기부터 금융기관에 본격적인 제공이 이뤄졌으니 실질적으로 영업부터 검증, 제품 개발까지 반년만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뜻으로 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금융기관들을 만나고, 그 니즈를 파악하며 제품의 방향성은 점점 더 뚜렷해져 갔어요. 에어팩의 본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기존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의 오래된 비효율을 대폭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자에게 전략 제시까지 가능한 지성을 지닌 제품, 이것이 최종 목적으로 설정되었죠.

이름에 ‘패키지(Package)’가 들어가 있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모델에 더해 전략 컨설팅, 모니터링, 교육, ML Ops를 모두 포함하는 종합적인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결국 리스크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뛰어난 모델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델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유지 보수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수적이죠. 피플펀드는 ML Ops 인프라 위에서 시장의 변화를 토대로 성능 저하가 감지되면 곧바로 모델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능을 계속 유지하고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The Next Big Thing: 금융 생태계에서 에어팩의 역할

피플펀드는 지난 8년간 ‘중금리 시장 혁신’을 위해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던 수많은 중저신용자들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내어주기 위한 노력이었죠. 그럼으로써 그들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계는 계속해서 찾아왔습니다. 제도권 밖 ‘P2P’로 시작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으로 제도권에 편입되고, 업계의 1등 기업을 달성했지만, 우리가 전통 금융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임팩트는 여전히 작았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속담이 있죠. 홀로 가는 것의 한계를 명확히 느꼈습니다. 다수가 함께 해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야만 시장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어요.

여러 금융기관들과 함께하는 지금, 우리는 전통 금융 산업에 본질적 진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금융기관은 건전성 관리가 용이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지난 8년간 애타게 꿈꾸던, 보다 많은 중저신용자들이 다양한 금융기관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생태계로 진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다양한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가 시장에 미치는 임팩트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을 기대하며, 피플펀드는 수십년간 풀리지 않았던 금리 절벽과 금융기관의 수익 최적화 문제를 완전히 풀어낼 때까지 앞으로도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겠습니다.

edited by Hoonjung


Next Big Thing을 함께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