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이 모든 걸 좌우한다’는 말이 있죠. 처음 상대를 마주할 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이후 관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데요.
이는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브랜드일지라도 첫 인상이 좋지 않으면 고객의 신뢰와 호감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피플펀드는 새로운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개인신용대출의 연체율 및 부실률 감소를 위해 개발한 ‘에어팩(AIRPACK)’이 그 주인공인데요. AIRPACK은 금융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AI 리스크 관리 솔루션 패키지를 뜻합니다. (자세히 보러가기)

‘AI 리스크 관리’라는 생소한 개념을 시장에 내놓은 만큼 고객과 긍정적인 첫 인상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자연스레 브랜딩 프로젝트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죠.
브랜드의 근간에 있는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확립하는 것부터, 그것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로고, 컬러, 심볼, 타이포그라피 등을 결정하는 것까지. 지금부터 AIRPACK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브랜딩 프로젝트를 이끈 BX 디자이너 수연님, Product 디자이너 지혜님과 함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시작: 브랜딩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떠오르다
우선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AIRPACK은 우리의 기술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의 요청에 따라 그 가능성이 떠오른 제품입니다. 우리가 잘 준비해 시장에 내놓았다기 보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만들어진 것에 가까운데요.
그렇기에 브랜딩 보다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명확한 이름 없이 단지 ‘피플펀드 AI risk solution’의 개념이 존재할 뿐이었죠.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 달랐어요. AIRPACK을 비롯해 AI risk solution, ROS, SS 등등… 구성원들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점차 여러 금융사들과의 검증을 통해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이 시장에서 인정 받고, 제품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그에 맞는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첫 인상을 결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브랜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구성원들 간에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브랜딩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AIRPACK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
보통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경우, 기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 작업물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인데요. 브랜딩의 A to Z, 모든 것을 ‘0’에서 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프로젝트 전반을 이끈 디자인팀은 프로세스의 구축부터 시작했습니다. 탄탄한 브랜딩 프로세스 위에서 설득력 있는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세스, 어떻게 진행됐는지 지혜님과 수연님께 자세히 여쭤봤습니다.


Q. AIRPACK 브랜딩 프로세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나요?
1.내부 관계자 인터뷰
가장 첫 번째로 진행한 것은 내부 관계자 인터뷰예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이었기 때문인데요. 제품의 강점, 타겟, 시장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인터뷰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그 후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BD(Business Developer) 등 내부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하며 브랜드의 핵심이 될 키워드와 디자인 원칙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네이밍 아이데이션
다음으로는 네이밍 아이데이션을 진행했어요. 구성원들조차도 제품에 대한 이름이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합의하고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했거든요.
Product Name 공모전을 진행했고, 선호도 조사 및 제품과 이름 사이 논리적 연결 등을 토대로 ‘AIRPACK’을 포함한 2개의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정됐죠.
3. Brand Identity 정의
인터뷰에서 얻은 키워드와 방향성을 바탕으로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원칙들을 정립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고, 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Core Value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죠. 그리고 정의된 Core Value를 토대로 제품을 더 뾰족하게 만들기 위한 Design Principle을 정의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Core Value와 Design Principle은 다음과 같아요.


4. BI 디자인 시안 제작
위 과정들을 통해 도출된 키비주얼을 바탕으로 BI 디자인 시안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단순히 시안만으로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고민한 흔적과 생각의 전개 과정을 설득시키는 게 어려울 것 같았어요. 일련의 흐름이 명확히 드러나야 더 설득력 있는 시안이 탄생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죠.
내부 구성원들을 위해 키비주얼부터 시작해 그 컨셉이 시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완성도 높은 PPT를 만들었습니다.


5. 디자인 리뷰 및 피드백
완성된 시안들을 가지고 개발, 영업,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 각각의 그룹에게 디자인 PT를 진행했어요. 그룹을 나눠 진행했던 이유는 각 그룹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냉철하고 정확한 피드백이 나오길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이름은 발음하기 좋은지, 로고가 제품을 잘 표현하고 있는지, 임팩트가 있는지 등등 여러 방면에서 디테일한 피드백이 오고 갔어요. 구성원들의 선호도 명확히 알 수 있었죠.

개발, 영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그룹의 구성원들과 논의를 하다 보니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런 유의미한 피드백 과정들을 통해 시안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죠.
특히나 피드백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만든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와 같은 피드백이 보다 전문적이고 테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죠. 따라서 구성원들의 기대치에 맞춰 ‘기술’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디벨롭하고자 했어요.
그렇게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하고, 여러 기준을 대입·검토하여 최종 시안을 확정했습니다.
6. 디자인 고도화
기존 시안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기술’이라는 키워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정밀화된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로고를 제작했어요.

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로고를 만들기 위해 웨이트, 라운드, 자간 등 수많은 부분에서 세세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로고 색상의 경우, 블루 톤으로 선정한 후 세분화된 블루 컬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어요. 블루에도 다양한 컬러가 존재하기에, 파스텔 계열, 채도가 낮은 계열, 네온 컬러가 가미된 액티브한 블루 등 여러 블루 톤들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또한 색만 볼 때와 프로덕트, 스테이셔너리, 사인 등 실제 사용되는 곳(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해봤을 때의 느낌이 다른데요. 색을 추출해서 대입했을 때 우리 브랜드 이미지가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공유하며 논의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에 제일 적절한 컬러를 고르고자 했어요.
Q.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 즐겁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각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지혜 – 함께 제품을 만드는 개발 팀에게 브랜딩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가진 이 멋진 제품을 시장에서도 BI를 통해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은 퀄리티를 내고 싶다는 욕심과 압박이 들었고 이 작업을 하면서 계속 스스로 도전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연 – 기존 금융권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좋은 브랜딩 선례가 없어서 그만큼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탄탄한 프로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또 팀원들과 함께 활발한 논의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을 온전히 담은 브랜드, ‘AIRPACK’
디자인 팀의 구체화된 브랜딩 프로세스를 통해 탄생한 BI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이름 ‘AIRPACK’은 AI 리스크 솔루션 패키지(AI Risk Solution Package)의 축약어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술력과 컨설팅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력하게 연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우리의 고객인 금융기관을 리스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완충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AIRPACK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와 제품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드 시스템

로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리드 시스템은 ‘오리지널리티’와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이 우리의 제품, AIRPACK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 결과로 오리지널리티를 나타내고, 수학적 규칙을 토대로 만들어진 형태가 우리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죠.

제작했던 시안들 중 대부분이 ‘심볼 + 워드마크’ 형태였던 반면, 단 한 가지 시안만이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독창적인 형태의 디자인이었습니다. ‘기술’이라는 키워드가 잘 연상되는 결과였던 만큼 가장 반응도 좋았어요. 논리와 규칙을 통해 0(제로베이스)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AIRPACK BLUE

또 다른 특징은 ‘AIRPACK BLUE’를 정의한 것입니다.
로고의 컬러는 신뢰, 안전, 지능, 논리 등을 상징하는 블루톤으로 선정했어요. 다양한 블루 컬러를 테스트 해본 후, 우리의 강력한 기술, 역동성,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데에 가장 적합한 색을 도출했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결과에 디지털 기반의 프로덕트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네온 기조를 더해 지금의 ‘AIRPACK BLUE’가 완성됐습니다.
최고의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정교한 연마와 세공의 과정이 필요하죠. 피플펀드의 디자이너들은 촘촘한 브랜딩 프로세스와 그 안에서의 끊임없는 고민과 디벨롭 과정을 통해 AIRPACK이 가장 반짝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AIRPACK이란 브랜드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우리만의 기술을 시각화한 BI를 통해 피플펀드가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잘 전달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가장 선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지혜님과 수연님의 소감과 함께 마무리 하도록 할게요.

Q. 마지막으로 이번 브랜딩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지혜 – 초반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CTO 민승님께서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이 제품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 작업을 다 한다’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저는 이 이야기가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에도, 브랜딩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제품에 기여하고자 했고요. 완벽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듯이 브랜딩도 지속적인 노력과 발전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수연 – B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이번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부 구성원 분들이 디자인팀을 믿고 힘을 실어주시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덕분에 책임감도 생기고 더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힘이 좋은 결과물로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edited by Gaeun
photographed by Hyu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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